보도자료

보도자료2021.07.09.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7-12
조회수 568

<여가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한다

(2021.07.09. 오전 10시) 국민의힘 당사 앞


■ 일 시: 2021년 7월 9일(금) 오전 10시

■ 장 소: 국민의힘 당사 앞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4길 12 남중빌딩)

■ 주 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 순 서

▶ 사 회: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

▶ 발언1: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 발언2: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 발언3: 이효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

▶ 연대발언: 심연우 (가정폭력당사자네트워크 시작 대표)

▶ 기자회견문 낭독: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 발언1: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여성가족부는 폐지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다


2020년 7월 9일. 1년 전 오늘, 박원순 시장이 실종되고 안희정, 오거돈에 이은 현역 지자체 단체장의 세 번째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지난 1년간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그는 예전의 삶을 온전히 되찾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성폭력 피해자는 한둘이 아닙니다.


대법원의 2020 범죄분석에 따르면 대한민국 강력범죄 중 강도, 살인, 방화의 범죄 발생률은 지난 10년 동안 줄었지만, 성범죄만 증가했습니다. 13세 미만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하루에 5번꼴로 발생합니다. 여성들에게 이런 상황은 재난과도 같습니다. 재난 시기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국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종합적인 정책 기능을 이어가야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성평등 교육이 절실한 이때에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난 시기에 컨트롤 타워 자체를 없애자는 꼴이니 말입니다.


여가부 폐지론이 짧은 기간 많은 규탄을 받았음에도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여가부 폐지론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하태경 전 의원은 본인 SNS에 남겼습니다. "2030 청년 외면하고 586 기득권 여성만 보호하는 여가부는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말입니다. 주어가 잘못됐습니다. 외면한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지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후보 캠프는 여성 관련 정책 질의서에 끝까지 답변 안 했습니다. 2030청년들을 외면하는 이는 이준석 대표지요. 2030청년의 고통을 남녀갈등 때문이라고 몰아가며 가족오락관 여성팀, 남성팀 운운하니 말입니다. 2030여성들을 외면하는 이는 유승민 대표지요. 성폭력, 성차별 때문에 여성들은 죽어가는데 여가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분 말입니다.


지금 국민의 힘이 벌이는 것은 대한민국 절반인 여성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고 국민에 대한 도발입니다. 폐지되어야 할 것은 여가부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폐지되어야 할 것은 이 시국에 여가부 폐지 운운하는 하태경, 이준석, 유승민 씨의 정치인생입니다. 여성들의 고통이 데이터로 보이고, 증언으로 들리는 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도 모자를 판에, 정치인들이 나서서 자국민을 공격하고 있으니 그 정치집단이야말로 폐지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이준석 대표가 바른미래당에 계셨을 때 워마드 폐지를 한해 목표로 하셨지요. 정치 좀 크게 하십시오. 1년 예산 1조짜리 힘없는 부처 공격하면서 코로나 시국에 국민 분열에 앞장서지 마시고 큰 정치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여성가족부는 폐지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한 해 예산 550조 중 여성가족부 예산은 1조밖에 안 됩니다. 가족과 청소년에게 사용하는 예산을 빼고 나면 여성 정책에 사용되는 예산은 0.01%인 980억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어떻게 지금 있는 성차별, 성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 여성가족부가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소관 업무를 파편화해서 전문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여성들의 삶을 위태롭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여성가족부에 충분한 예산과 권한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성평등 시대는 예산과 권한 없이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또한 ‘양성평등위원회‘나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여가부 폐지의 후속 대안이랍시고 들고 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성가족부는 이미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원회로는 성차별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예산도 인력도 적었기에 여성가족부가 신설된 것입니다. 20년의 여성운동이 만든, 그러나 아직 아름드리나무로 자라지 못한 작은 나무입니다. 이런 맥락에 관한 공부 없이 여성들이 처한 억압적 상황을 젠더 갈등 따위로 축소하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지 마십시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단 하나, 여성가족부가 없어도 될 정도로 평등한 세상일 때입니다.


▮ 발언2: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헛소리가 아닌 상식을 말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혐오가 작사를 하고 정치가 작곡을 하니 차마 듣기 힘든 소음이 탄생했다. 여가부 폐지를 말하는 모든 정치인, 이준석, 하태경, 유승민에게 묻고 싶다. 국가의 한 정부부처를 통째로 폐지하는 일까지 논할 정도로 해당 부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만큼, 나머지 부처들 역시 같은 강도의 잣대로 면밀히 조사하였는가. 왜 하필 여성가족부인가. 발언의 당사자들은 부정할지 모르나 우리는 그 진실을 알고 있다. 정치인들이 표몰이를 하는데에 여성이, 여성혐오가 또다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반여성주의 정서, 즉 백래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한국 20, 30대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해 여성을 이용하고 있다.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포장을 해도, 한국 여성인권 실태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단지 주목을 받기 위한 자극적 수단으로 여가부 폐지를 말하고 있다는 티는 곳곳에서 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가부는 빈약한 부서를 갖고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했다.’는 발언으로 여가부의 업무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으며,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는 젠더갈등을 부추겨왔다.’라는 말로 정말로 본인이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 심지어 유승민 전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한 후 여가부의 예산으로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지원하겠다’, 즉 성평등 정책 예산에서 돈을 빼앗아 청년 남성들에게 주겠다고 대놓고 말함으로써 정치권 백래시의 정점을 찍었다.


여성인권의 실태를 꼼꼼히 살피고 이를 신장시켜야 할 이들이 오히려 여성인권을 끌어내리고 있는 동안, 실제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은 어떠한가. UNDP에서 인간개발보고서(HDI)를 위해 조사하는 성불평등지수(GII)에 따르면, 2019년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0%가 넘는 동안 여성의 참가율은 50%를 조금 넘었다. 한국 통계청에서 조사한 경제활동참가율도 여성과 남성이 30%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할 연령대인 35세에서 39세 사이의 인구에서 성별간 격차가 제일 크다(통계청, 2018). 구매력평가지수, 즉 1인당 소득을 비교하면 여성이 1년에 2,765만 원을 벌때 남성은 5,981만 원을 번다. 여성이 남성의 반도 못버는 것이다. 여성의원 비율은 여전히 10%대 이다. 여성가족부는 필요없다고 쉽게 내뱉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한국 여성 대부분이 경제 활동을 할 때 한국 남성은 반도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그나마 일을 하는 남성은 여성의 절반도 못 벌며, 대한민국 국회에 남성 의원이 20%도 안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 몇가지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성차별은 존재하지만, 일단 경제력과 정치 참여 비율만 거론해 보았다. 여성이 생존과 시민으로서의 기본권도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입아프게 다시 말하기 위해서 말이다.


당신들이 권력자가 되어보겠다고 반여성주의 정서를 이용하는 동안, 2019년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25.5% 늘었다. 2020년 1월 부터 8월 까지 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20대 여성이 32.1%로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0년 9월 여성 고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여성 실업률은 3.4%로 코로나 이전보다 0.6% 늘었다. 코로나 때문에 안 힘든 사람 어디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또다시 전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20대 여성의 실업률이 7.6%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여성들이 말그대로 ‘죽어가는’ 동안, 당신들은 쉽게 그를 외면하고 청년 남성들에게 있지도 않은 역차별을 말하며 반페미니즘 정서를 부추겼다. 오직 자신들의 세를 확장하고 배를 불리기 위해서 말이다. 즉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변명의 여지 없이 남성 정치인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여성을 이용하고 짓밟고 있다는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식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아직도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개탄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이다. 별 고민 없이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전략으로 멀쩡하게 일하고 있던 정부부처를 난데 없이 폐지하자고 여론 몰이를 하는 게 아니라, 여성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관련 정책들을 아울러 시행하고 있는 여성가족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여성가족부가 부족한 예산으로 어떻게 디지털 성폭력 등을 포함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활동해왔는지 조사하고, 부족한 점과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분석한 다음, 그를 보완하고 실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세웠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상식적이고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원한다. 그 소박한 바람도 불안하게 만든,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의 공약에서 쉽게 여성을 배제해버린 당신들은 대통령으로서는 물론 정치인으로서도 자격이 없다. 여성도 국민이다. 이 상식이 상식인 사회를 원한다.



▮ 발언3: 이효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폐지한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연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해 여성가족부의 권한, 기능, 역할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폐지론을 꺼내니 참담할 따름입니다.


유승민은 여가부 폐지 주장의 근거로 여가부의 업무는 다른 부처도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합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유승민은 공군 성폭력 사건에 대해 군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를 끔찍하게 괴롭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도, 사건에 대한 조사 진행 중에 육군 남성 준장이 여성 직원을 성추행하는 현실을 보고도, 성희롱·성폭력 교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학생들이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을 보고도, 정부 부처 내에서 일어나는 상급자에 의한 성비위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문제를 보고도, 국방부가, 교육부가, 다른 부처들이 여성가족부보다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까? 대체 어떤 근거에서입니까? 유승민의 말처럼 여성의 건강, 복지, 취업, 창업, 성범죄, 아동 양육과 돌봄이 각 부처에서 성평등 관점으로 시급하고, 충분하게 잘 다루어졌다면, 애초에 여가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나올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유승민은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양성평등 정책을 조율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위원회’가 권고한 일을 전적으로 담당해 처리할 수 있는 부처가 없다면, 이 ‘위원회’는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리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도 인적·물적 자원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집행 권한 없는 위원회는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유승민이 내세우는 ‘양성평등’은 허울뿐인 수사이며,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사실상 성평등 정책의 폐지 주장입니다.


현재 여가부는 정부 예산의 0.2%에 불과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성평등, 청소년, 가족 등 예산에 비해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희롱·성추행 조사권조차 없으며, 여가부의 권한으로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여성 차별 문제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승민, 이준석, 하태경에게 공정은 무엇이고 불공정은 무엇입니까.


유승민과 이준석은 여가부 폐지 주장이 여성적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유승민은 여가부를 폐지하면 “남성과 여성 어느 쪽도 부당하게 차별 받지 않는 진정한 양성평등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차별과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상황을 여가부의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지금의 성불평등을 지속시켜온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며, 차별을 해소해야 할 정치인의 책임마저 회피하는 것입니다. 이준석은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을 동등한 주체인 양 묘사하며 ‘젠더 갈등’이라 명명하고 여성 피해당사자들의 호소를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일축하며 성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즘을 ‘시대착오적’이라 말합니다. 성차별 문제를 외면하고 왜곡하면서 ‘진정한 양성평등의 시대’를 말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유승민은, 이준석은, 하태경은 대체 어디에 서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남초 커뮤니티입니까? 많은 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노동/구조를 변화시킬 역량이나 의지는 없으면서, 성차별주의 전략으로 약자가 불안을 대리하도록 만듦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다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여성뿐만 아니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아동, 장애인, 이주민이 모두 없습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 당대표의 자질이, 국회의원의 자질이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성평등 정책 폐지 주장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폐지해야 합니다.


▮ 기자회견문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갈등 조장하는  혐오정치 규탄한다


지난 6일,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유승민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통령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있다"며 "여가부라는 별도 부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같은 날 같은 당 대선 후보로 나선 하태경 전 의원도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여가부 폐지 주장에 가세했다. 두 후보 각각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와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자당 대통령 후보들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이준석 당대표는 "여가부는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며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이들의 주장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젠더갈등을 조장할까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여야 정치인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또한 7일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및 양성평등조직혁신추진단 출범' 브리핑에서 "이런 분(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여가부가 없다면 어디에서 이런 도움을 받으실 수 있겠나"라며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우려를 보냈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은 다시금 8일,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여가부는 뭘 했나. 여가부는 입장문에서 '피해자'가 아닌 '고소인' '피해고소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가부 스스로 명백한 2차 가해를 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여가부 폐지, 거듭 약속한다"고 못박았다. 하태경 전 의원도 같은 날 "2030 청년 외면하고 586 기득권 여성만 보호하는 여가부는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논리는 빈대 잡자고 초가산간 다 태워 성평등을 위한 국가의 책무 기반조직을 없애 버리겠다는 이야기이며, 여러 우려들에 대한 반박주장도 하나같이 빈약하고 궁색하기 짝이 없다.


유승민, 하태경 전 의원과 이준석 대표는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의 연원을 알고서는 효율성과 개선을 운운하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여가부의 역할을 더 훌륭히 대체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가. 여성가족부의 시초는 1988년 정무장관실에서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것이었다. 여성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은 부여됐으나 소관 법률이 없으니 실질적 집행 권한이 없었고,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정무장관실이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 개편되었다. 두 제1야당 대통령 후보가 얘기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시작했다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 방식으로도 여성정책을 총괄하기에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2001년, 위원회 신설 3년 만에 출범한 것이 지금의 여성가족부이다. 여가부는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나.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을 들어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된다는 논리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런 논리라면 부동산 과열 막지 못하는 국토교통부도 해체하고, 후진적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을 줄이지 못하는 고용노동부도 해체하고 다 해체해야 한다. "2030 청년 외면하고 586 기득권 여성만 보호하는 여가부”라 비판한 하태경 전 의원에겐 당신이 이야기 한 ‘2030 청년’은 누구냐고 묻고 싶다.


국민의힘 유승민, 하태경, 이준석은 젠더 갈등 조장하는 혐오 정치를 멈춰라. 당신들의 주장은 한꺼풀만 벗기면 그 주장의 힘을 잃는 빈약한 논리이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혐오정서에 기반 하기에 그렇다.


1989년 박영숙 당시 평화민주당 의원이 국정질의를 통해 다음과 같이 여성부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여성에게 불평등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사회 발전의 질을 높여야 할 때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현재 분산돼 추진되고 있는 여성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립, 집행할 수 있는 여성부를 신설할 용의는 없는가.”


32년 전의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32년간 여성들은 평등한 사회를 위해 부단히 걸어왔지만 그러나 여전히 차별은 현실의 문제다. 여성가족부는 신설 이후 지속적으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존폐위기를 겪었으며, 낮은 부처 지위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여전히 여성정책을 총괄하기에 부족한 현실이다. 즉 여성가족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없애고 다시 위원회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권한과 예산을 실질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오늘 우리는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혐오정치를 규탄하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여성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립, 집행할 수 있는 여성가족부’를 만들기 위한 방안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1.07.09.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