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1.26 리얼돌, 법원은 누구의 욕망을 위해 수입을 허용한 것인가. 인간의 존엄보다 성적 대상을 목적으로 한 상업적 자유를 우선으로 판단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1-26
조회수 1035


[논평] 리얼돌, 법원은 누구의 욕망을 위해 수입을 허용한 것인가

인간의 존엄보다 성적 대상을 목적으로 한 상업적 자유를 우선으로 판단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25일 서울행정법원은 세관당국의 ‘리얼돌’(사람 전신을 본뜬 실리콘 인형) 수입 통관 거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2019년 6월 대법원이 리얼돌의 국내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성인용품업체에 승소 판결을 내리고 수입을 허가한 것과 같은 맥락의 판결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법원판결은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며 이를 허용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

여성의 전신을 본 딴 리얼돌은 여성의 몸을 정복하여 성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일상의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규정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이 제작되는 등 대상화 된 개인의 존엄을 파괴하는 방식의 성착취적 인식과 문화가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이유로 작년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26만 3792명이 청원에 동의했음에도 법원은 계속적으로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법원은 "리얼돌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리얼돌이 실제사람과 구별이 어렵지 않”다고 허용의 이유를 댔지만 리얼돌이 말 그대로 실제 여성을 형상화해 개인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인형방 등의 방식으로 유사 성매매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를 허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법원은 “법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이 깊이 개입할 수 없다”고 허용 이유를 댔는데, 여성 시민의 존엄을 해치며 남성이 획득하는 사생활과 행복추구권을 법원이 인정하는 것 자체가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라 판단한다. 여성 실물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갖고 성적 욕구 해소의 도구로 삼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모습이 인형으로 형상화 되어 성적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 자체로 여성에게 공포감과 혐오감을 부추긴다. 법원이 사적인 영역의 행복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성 존엄의 훼손을 방치한 것은 그간 국가가 사적인 영역이라며 적극 개입해서 보호하지 않는 사이에 폭력과 죽음의 위협에서 고통당했던 가정폭력, 여성폭력, 아동학대 사례들을 연상케 한다.


소라넷, 파일노리, 위디스크 등 불법촬영물과 웹하드 카르텔에 기반 한 디지털 성폭력과 N번방 등 모두 여성을 향한 범죄가 여성의 몸을 쾌락의 도구로 소비하는 강간문화로 용인된 사회적 인식에 상업적 탐욕이 결합해 만들어낸 여성폭력의 산실이었다.

법원이 상업적 탐욕과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를 상업적 권리와 개인의 행복추구권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여성에 대한 성착취 문화를 공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한 법원의 판결은 여성과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끊어내야 한다는 지금의 시대적 과제에 역행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며, 여성가족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여성 시민에 대한 왜곡된 성인식을 양산시킬 우려가 있는 리얼돌과 같은 물품에 대한 유통금지 근거 법안을 빠르게 마련하고 리얼돌의 시판을 금지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2021.01.26.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