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그들만의 후보는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없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들의 후보들 간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지역 선거 지원을 위해 가덕도를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재보궐선거의 핵심 의제를 가지고 부산 지역을 방문한 것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원도와 구미를 방문해 한 것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지역을 방문하면서 선거운동 논란이 벌어졌던 것보다 더 직접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 회귀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이고 오히려 퇴행적이라 할 법하다. 그런데 이런 퇴행은 이번 재보궐선거 전반에서 확인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런 퇴행이 예정된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출마한 어떤 후보도 이번 선거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인한 재보궐이 ‘무상급식 선거’라고 규정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의아하다. 명확하게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과 관련하여 재보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재보궐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후보들의 태도도 태도지만 정작 이를 다루는 언론보도 역시, 재보궐 선거의 배경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짚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선거를 하게된 시민들의 입장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나온 TV토론이나 국민의 힘 후보들이 나오는 TV토론 모두 맥빠지는 이야기로 들릴 뿐 ‘왜 선거를 해야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드러나는데, 왜 지금 2021년에 중요한 문제인가를 해명할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의미도 알 수 없는 ‘21분 도시’를 말하지만, 이미 서울시가 수립한 도시기본계획과 부딪힌다. 대표적으로 박영선 후보는 21개가 생활권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서울시는 2018년에 116개의 생활권 계획을 내놓았고 작년 말에 이 중 15개의 생활권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우상호 후보는 타당 후보가 건설사를 위한 개발공약을 내세운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SK건설이 설계한 한강도로 상부에 짓는 주택공급안을 발표했다. 국민의 힘에 나경원 후보는 온갖 대출과 융자, 그리고 대출의 이자 보전 방식으로 신혼부부나 청년, 자영업자의 정책을 도배한다. 임기 중에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추가지정을 하지 않았던 오세훈 전 시장은 갑자기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조은희 후보는 서울시를 탄소중립도시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지하도로를 9개나 설치하겠다고 한다.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V4 경제공약을 발표하면서 리처드 플로리다의 창의도시 지표 중 ‘관용성’ 지표(게이지표라고도 불린다)를 강조하더니 퀴어축제는 도심 밖에서 하라는 망언을 했다. 어떤 후보도 이번 재보궐 선거를 왜 하게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내놓는 공약이라고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자산의 가치를 올려주겠다는 부동산 공약이 전부다. 서울시장 후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산 소유자들의 투자컨설턴트라고 불러도 될 판이다.
그런 사이 수많은 공약에서 비껴난 시민들이 있다. 갑작스럽게 재보궐 선거로 첫 선거를 하게 된 만 18세 시민들이 있다. 또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상처를 입은 시민들이 존재한다. 끌어모을 수 있는 영혼조차 조각난 청년들과 코로나19 의 상황에서도 재택근무를 꿈꿀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누구나 한다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고사하고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허덕이는 이들이 있고 또 수많은 ‘송파 3모녀’들이 힘겹게 겨울을 지내고 있을 것이다. 누구하나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지 않음으로 결국 이들은 감춰지고 지워진다. 지금 재보궐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서울은 더 성장하지 못해서 더 발전하지 못해서 안달난 도시 같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의 다른 도시들이 기후위기라는 인류 전체의 숙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온통 개발사업 밖에 없는 재보궐 선거의 후보들에겐 ‘탄소인지’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렇게 주어진 메뉴판에서 고를 생각이 전혀 없다. 저들이 차린 메뉴는 막장 드라마 펜트하우스 만찬처럼 화려해보이나 서민은 초대받지도 먹을 수도 없는 음식처럼 허구적이다. 가진 자들의 욕망으로 차린 그들만의 만찬은 서민들에게 상대적 허기만 느끼게 할 뿐이다. 우리는 대안을 찾을 것이고 적어도 지금 후보들에게 보이지 않는 이들의 꿈과 미래를 한조각이라도 실을 수 있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은 ‘지금 왜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는 조언을 드린다.
2021.02.26.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논평] 그들만의 후보는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없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들의 후보들 간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지역 선거 지원을 위해 가덕도를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재보궐선거의 핵심 의제를 가지고 부산 지역을 방문한 것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원도와 구미를 방문해 한 것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지역을 방문하면서 선거운동 논란이 벌어졌던 것보다 더 직접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 회귀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이고 오히려 퇴행적이라 할 법하다. 그런데 이런 퇴행은 이번 재보궐선거 전반에서 확인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런 퇴행이 예정된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출마한 어떤 후보도 이번 선거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인한 재보궐이 ‘무상급식 선거’라고 규정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의아하다. 명확하게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과 관련하여 재보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재보궐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후보들의 태도도 태도지만 정작 이를 다루는 언론보도 역시, 재보궐 선거의 배경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짚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선거를 하게된 시민들의 입장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나온 TV토론이나 국민의 힘 후보들이 나오는 TV토론 모두 맥빠지는 이야기로 들릴 뿐 ‘왜 선거를 해야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드러나는데, 왜 지금 2021년에 중요한 문제인가를 해명할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의미도 알 수 없는 ‘21분 도시’를 말하지만, 이미 서울시가 수립한 도시기본계획과 부딪힌다. 대표적으로 박영선 후보는 21개가 생활권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서울시는 2018년에 116개의 생활권 계획을 내놓았고 작년 말에 이 중 15개의 생활권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우상호 후보는 타당 후보가 건설사를 위한 개발공약을 내세운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SK건설이 설계한 한강도로 상부에 짓는 주택공급안을 발표했다. 국민의 힘에 나경원 후보는 온갖 대출과 융자, 그리고 대출의 이자 보전 방식으로 신혼부부나 청년, 자영업자의 정책을 도배한다. 임기 중에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추가지정을 하지 않았던 오세훈 전 시장은 갑자기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조은희 후보는 서울시를 탄소중립도시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지하도로를 9개나 설치하겠다고 한다.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V4 경제공약을 발표하면서 리처드 플로리다의 창의도시 지표 중 ‘관용성’ 지표(게이지표라고도 불린다)를 강조하더니 퀴어축제는 도심 밖에서 하라는 망언을 했다. 어떤 후보도 이번 재보궐 선거를 왜 하게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내놓는 공약이라고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자산의 가치를 올려주겠다는 부동산 공약이 전부다. 서울시장 후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산 소유자들의 투자컨설턴트라고 불러도 될 판이다.
그런 사이 수많은 공약에서 비껴난 시민들이 있다. 갑작스럽게 재보궐 선거로 첫 선거를 하게 된 만 18세 시민들이 있다. 또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상처를 입은 시민들이 존재한다. 끌어모을 수 있는 영혼조차 조각난 청년들과 코로나19 의 상황에서도 재택근무를 꿈꿀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누구나 한다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고사하고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허덕이는 이들이 있고 또 수많은 ‘송파 3모녀’들이 힘겹게 겨울을 지내고 있을 것이다. 누구하나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지 않음으로 결국 이들은 감춰지고 지워진다. 지금 재보궐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서울은 더 성장하지 못해서 더 발전하지 못해서 안달난 도시 같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의 다른 도시들이 기후위기라는 인류 전체의 숙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온통 개발사업 밖에 없는 재보궐 선거의 후보들에겐 ‘탄소인지’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렇게 주어진 메뉴판에서 고를 생각이 전혀 없다. 저들이 차린 메뉴는 막장 드라마 펜트하우스 만찬처럼 화려해보이나 서민은 초대받지도 먹을 수도 없는 음식처럼 허구적이다. 가진 자들의 욕망으로 차린 그들만의 만찬은 서민들에게 상대적 허기만 느끼게 할 뿐이다. 우리는 대안을 찾을 것이고 적어도 지금 후보들에게 보이지 않는 이들의 꿈과 미래를 한조각이라도 실을 수 있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은 ‘지금 왜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는 조언을 드린다.
2021.02.26.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