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권의식으로 새로운 서울을 만들 수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8일 금태섭 후보와의 토론회에서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며 성소수자 축제를 보고 싶지 않은 시민들의 보지 않을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발언을 들으며, 기성 정치인의 인권의식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마치 서울 변두리 산동네가 보기 싫다던 박정희를 위해 극악무도한 철거바람을 강행했던 유신정권이 생각난다. 88올림픽을 개최하며 대대적인 가로정비사업의 희생되었던 노점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차별의 시각을 가진 자들의 나라를 위해 장애인을 벽지의 시설로 몰아넣었던 시절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엄연히 존재하는 ‘인격적 주체’이자 ‘시민’을 “보지 않을 권리” 운운하며 차별하려고 하는가? 새정치 운운하던 안철수 후보의 인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당신이 말한 새정치가 혐오와 차별이었단 말인가?
또한 지난 14일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 변하는 만큼 포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퀴어 축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후보들은 앞다투어 서울시민은 누구나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차별에 대해 제도적인 피해구제와 권리보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예외라는 인식으로 어떻게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 수 있겠는가.
박영선의 침묵과 안철수의 퀴어축제를 바라보는 인식은 평등한 서울을 꿈꾸는 성소수자들에게 또다시 억장이 무너지는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인권감수성, 인권의식의 확장은 그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갖게 되는 것, 그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그 사회의 제도와 법으로 규제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시민들의 인권의식은 달라지고 있는데, 정치인의 인권의식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밖에 할 수 없다.
한편 SBS는 설 연휴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며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하거나 가린 채 내보내기도 했다. SBS는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동성애 반대’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가족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며 조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가 그 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려 하고 어떤 차별을 당했는지 비추는 영화였다. 삭제된 대목은 그 핵심을 담은 장면이고, 방송사가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잘라낸 것은 오히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시청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에 방송사가 차별적 입장으로 개입한 것이다.
조금씩 우리사회의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에 찬물을 끼얹는 이러한 사건들에 단호한 입장으로, 제도로, 행정으로 인권을 확장해나가는 역할에 정치에 있다. 그러나 박영선, 안철수 같은 이들은 차별적 입장과 동일한 곳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 지평을 확장하는 서울시장이 되리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정치인과 기성언론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권감수성을 규탄하며,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 각성을 촉구한다.
2021.02.19.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논평]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권의식으로 새로운 서울을 만들 수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8일 금태섭 후보와의 토론회에서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며 성소수자 축제를 보고 싶지 않은 시민들의 보지 않을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발언을 들으며, 기성 정치인의 인권의식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마치 서울 변두리 산동네가 보기 싫다던 박정희를 위해 극악무도한 철거바람을 강행했던 유신정권이 생각난다. 88올림픽을 개최하며 대대적인 가로정비사업의 희생되었던 노점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차별의 시각을 가진 자들의 나라를 위해 장애인을 벽지의 시설로 몰아넣었던 시절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엄연히 존재하는 ‘인격적 주체’이자 ‘시민’을 “보지 않을 권리” 운운하며 차별하려고 하는가? 새정치 운운하던 안철수 후보의 인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당신이 말한 새정치가 혐오와 차별이었단 말인가?
또한 지난 14일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 변하는 만큼 포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퀴어 축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후보들은 앞다투어 서울시민은 누구나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차별에 대해 제도적인 피해구제와 권리보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예외라는 인식으로 어떻게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 수 있겠는가.
박영선의 침묵과 안철수의 퀴어축제를 바라보는 인식은 평등한 서울을 꿈꾸는 성소수자들에게 또다시 억장이 무너지는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인권감수성, 인권의식의 확장은 그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갖게 되는 것, 그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그 사회의 제도와 법으로 규제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시민들의 인권의식은 달라지고 있는데, 정치인의 인권의식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밖에 할 수 없다.
한편 SBS는 설 연휴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며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하거나 가린 채 내보내기도 했다. SBS는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동성애 반대’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가족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며 조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가 그 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려 하고 어떤 차별을 당했는지 비추는 영화였다. 삭제된 대목은 그 핵심을 담은 장면이고, 방송사가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잘라낸 것은 오히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시청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에 방송사가 차별적 입장으로 개입한 것이다.
조금씩 우리사회의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에 찬물을 끼얹는 이러한 사건들에 단호한 입장으로, 제도로, 행정으로 인권을 확장해나가는 역할에 정치에 있다. 그러나 박영선, 안철수 같은 이들은 차별적 입장과 동일한 곳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 지평을 확장하는 서울시장이 되리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정치인과 기성언론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권감수성을 규탄하며,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 각성을 촉구한다.
2021.02.19.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