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공직자 성범죄는 무관용이 원칙이다
17일 늦은 밤,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일하는 30대 남성 공무원은 직장 인근 상가 건물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서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 B씨를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5년 전 강남역 사건이 떠오르는 끔찍한 사건이다.
지난 1일 늦은 밤에는 1393 자살상담센터 남자 상담원이 내담자였던 여성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사적으로 이용, "…이상하게 이런 감정이 없었는데 계속 마음에 맴돌아서 문자 드려요. 월래는(원래는) 상담사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는데 편한 친구가 되고 싶어서 오픈해요. 그냥 마음이 힘드실 때 문자도 좋고 전화도 좋습니다. 편한 친구 하실래요?"라고 문자를 보내 상담을 받은 여성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 의한 성범죄와 사적정보이용의 실태가 심각하다. 공공영역에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복무하는 사람들에 의한 성범죄는, 공공의 영역에서 조차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절망을 안긴다는 데서 더욱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사법부는 가해자를 이해해줄 수많은 근거만 고려할 뿐, 시도때도없이 여성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성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해 6월 24일부터 범행이 발각되기 전까지 약 한 달 여 간 여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을 해온 대덕구청의 한 9급 공무원에 대해 최근 대전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감형을 결정했다. “외로워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도 안 되는 진술을 한 가해자를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불법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반성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이 무겁다’며 동정했다.
비단 이 사건뿐이랴.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동부지법 공무원 범행에 대한 경찰 관계자의 진술이 담긴 보도에 사람들은 ‘또 봐주겠지!’, ‘술로 연관시키지마라 그럴거면 술을 금지시켜, 술로 형을 줄이니 개나소나 다 술 술 거리노. 조사하는 너희들이 술 먹은 취객한테 뒤통수 맞고도 술로 인한 우발적이라 할거냐’,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 줄려고?’ 등의 댓글 의견을 달며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할 것을 우려했다. 실제 사법부는 그간 ‘우발적이었기에’, ‘초범이므로’, ‘반성하고 있기에’ 등의 이유로 성범죄 사건으로 고통 속에 놓인 피해자의 사회적 회복보다는 성범죄자의 심정과 상황에 공감하며 관대함을 베풀어왔다.
대한민국 사회는 여성 시민의 안전한 일상에 얼마만큼 중대한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감형해주기 바쁜 사법부, 위력성폭력으로 직위를 상실한 선출직 공무원인 정치인들을 앞다투어 위로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는 정치권은 이미 가지고 있는 사회적 권력으로 ‘여성을 향한 성범죄는 별 거 아니’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오히려 공직사회가 나서서 계속 발신하고 있지 않은가.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여성 시민들의 삶이 고통 속에 스러져 나갈 지를 생각하면 애가 끓는다.
공직이란 공적인 가치를 수행한다고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직무를 칭한다. 대한민국은 남성공화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시민이 공적 제도 기관에 의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은 언제까지 끔찍한 성범죄를 양산할 셈인가. 이제 제발 편파적 공감과 이해를 끝내고, 공직사회부터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실천하자.
2021.02.19.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이슈픽] 공직자 성범죄는 무관용이 원칙이다
17일 늦은 밤,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일하는 30대 남성 공무원은 직장 인근 상가 건물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서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 B씨를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5년 전 강남역 사건이 떠오르는 끔찍한 사건이다.
지난 1일 늦은 밤에는 1393 자살상담센터 남자 상담원이 내담자였던 여성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사적으로 이용, "…이상하게 이런 감정이 없었는데 계속 마음에 맴돌아서 문자 드려요. 월래는(원래는) 상담사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는데 편한 친구가 되고 싶어서 오픈해요. 그냥 마음이 힘드실 때 문자도 좋고 전화도 좋습니다. 편한 친구 하실래요?"라고 문자를 보내 상담을 받은 여성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 의한 성범죄와 사적정보이용의 실태가 심각하다. 공공영역에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복무하는 사람들에 의한 성범죄는, 공공의 영역에서 조차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절망을 안긴다는 데서 더욱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사법부는 가해자를 이해해줄 수많은 근거만 고려할 뿐, 시도때도없이 여성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성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해 6월 24일부터 범행이 발각되기 전까지 약 한 달 여 간 여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을 해온 대덕구청의 한 9급 공무원에 대해 최근 대전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감형을 결정했다. “외로워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도 안 되는 진술을 한 가해자를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불법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반성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이 무겁다’며 동정했다.
비단 이 사건뿐이랴.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동부지법 공무원 범행에 대한 경찰 관계자의 진술이 담긴 보도에 사람들은 ‘또 봐주겠지!’, ‘술로 연관시키지마라 그럴거면 술을 금지시켜, 술로 형을 줄이니 개나소나 다 술 술 거리노. 조사하는 너희들이 술 먹은 취객한테 뒤통수 맞고도 술로 인한 우발적이라 할거냐’,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 줄려고?’ 등의 댓글 의견을 달며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할 것을 우려했다. 실제 사법부는 그간 ‘우발적이었기에’, ‘초범이므로’, ‘반성하고 있기에’ 등의 이유로 성범죄 사건으로 고통 속에 놓인 피해자의 사회적 회복보다는 성범죄자의 심정과 상황에 공감하며 관대함을 베풀어왔다.
대한민국 사회는 여성 시민의 안전한 일상에 얼마만큼 중대한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감형해주기 바쁜 사법부, 위력성폭력으로 직위를 상실한 선출직 공무원인 정치인들을 앞다투어 위로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는 정치권은 이미 가지고 있는 사회적 권력으로 ‘여성을 향한 성범죄는 별 거 아니’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오히려 공직사회가 나서서 계속 발신하고 있지 않은가.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여성 시민들의 삶이 고통 속에 스러져 나갈 지를 생각하면 애가 끓는다.
공직이란 공적인 가치를 수행한다고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직무를 칭한다. 대한민국은 남성공화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시민이 공적 제도 기관에 의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은 언제까지 끔찍한 성범죄를 양산할 셈인가. 이제 제발 편파적 공감과 이해를 끝내고, 공직사회부터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실천하자.
2021.02.19.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