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1.19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부쳐 -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의 문제는 '관점'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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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부쳐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의 문제는 '관점'이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위기에 강한 나라 든든한 대한민국”라는 기치를 들었다. 신년 초부터 이낙연 집권여당의 대표가 쏘아 올린 ‘사면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사면을 고려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당연하다. 국정논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권력형 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법을 어기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통용되는 사회야말로 든든한 대한민국일 것이다. ‘적절한 시기’나 ‘국민적 공감’ 등의 정치적 언술도 필요치 않다. ‘적절한 시기’나 ‘국민적 공감’등의 단서조항은 권력자의 정치적 구실이나 밑밥으로 유용된다. 정치적 언술은 명징한 사안에 혼란만을 줄 뿐이다.


문 대통령 특유의 정치적 언술은 여러 번 문제가 되었는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재현되었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피해자의 피해와 2차 피해가 안타깝다”며 박원순 전 시장의 혐의는 인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헌까지 개정하고, 보궐선거를 위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사임을 하면 이를 수용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힘을 싣는 격이 될 텐데”라며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제가 당 대표 시절에 만든 당헌에는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궐위가 될 경우에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당헌의 취지를 설명하면서도 민주당 당원들의 뜻에 따라 개정된 당헌이므로 존중한다는 말로 전체 답변을 갈음한 것이다. 

민주당의 당헌개정을 묻는 당원총투표의 참가율은 26%에 불과해 무효논란이 있었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절차상의 문제가 드러나자 민주당은 당원총투표는 당원의 의사를 묻는 것에 불과했다며 서둘러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당헌을 개정했다. 당원의 뜻으로 포장되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이었던 당헌개정을 존중하는 문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진심으로 서울시위력성폭력 피해자의 피해를 안타까워했다면, 과거 자신이 주도한 민주당 당헌의 정신을 훼손한 소속 정당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고 보궐선거에 나가기 위해 박영선 장권이 사임을 표하면 반려하겠다고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 언술의 문제점이 극대화된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검찰총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총장이어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지 않는’ 검찰총장을 불현듯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하지 않는 검찰총장에게 “사퇴하고 정치하라”며 탁자를 쳐가며 조롱하던 추미애 장관에 대해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은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하지 않았는가? 법무부장이 과정과 절차를 무시해가며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단행하고 징계를 추진할 때에조차 이를 두고 보지 않았던가? 코로나 19로 나라 전체가 위기에 내몰리던 시기동안 내내 검찰개혁 운운하며 검찰총장 잡도리하던 법무부 장관의 행태를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의 고통을 짐작이나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사법부의 판단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불법적 행위가 중단되고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의 급락하자, 갑자기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공언하는 태도가 심히 우려스럽다. 게다가 신년 기자회견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이낙연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자신이 통솔해야 할 인사에 대한 모두까기 기자회견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수수방관하다가 실정에 대한 여론이 흉흉해지니까 그 책임을 휘하에 묻는다면 그런 대통령을 어디에 쓰겠는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아동학대방지를 위한 대통령의 대안을 묻는 질문에 ‘입양’의 문제를 말하는 대목이었다. 입양가정에 의해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전체 학대사례의 0.3%이다.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발설되었다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다.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는 말을 할 때에는 듣는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는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다. 입양된 아이는 성인부모를 선택할 위치에 있지 않다. 아동은 자기운명결정에 선택권이 없는 양육과 보호의 주체이다. 아동학대가 양육과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와 보호자에 의해 발생되는 폭력이기에 엄히 다루어야 할 범죄이고,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공권력이 우선 개입해야 한다는 것은 아동과 관련한 인식의 기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심각성은 언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SNS에서 한 국민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과 국민으로 지내보니 영 맞지 않는다. 반품해주든지 취소시켰으면 좋겠다”고. 


너무도 고단한 2020년을 보내고 맞이하는 2021년이다. 문 대통령은 자가당착적인 언술이 아니라 진정성과 책임성을 담는 언행으로 국민의 근심을 덜어주는 대통령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대통령의 정치가 권력 구조에서 더 폭력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를 향하고, 권력을 가진 정부와 집권여당도 공정과 평등의 원칙에 예외가 되지 않을 때야 비로소 위기에 강하고 든든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겠는가?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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