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6.17 여성의 생명이 도처에서 위협당하고 있다. 전국가적으로 젠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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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여성의 생명이 도처에서 위협당하고 있다. 전국가적으로 젠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13일, 50대 남성이 일용직 노동자인 아들이 일하러 간 사이 홀로 집에 있던 치매를 앓는 80대 여성의 집에 여러 차례 침입해 성폭력 했다는 보도가 들려왔다.

14일, 입사 직후부터 남성 관리자들의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시달린 40대 여성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6일, 한 40대 남성이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숨겨 카페를 이용하는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다가 적발되어 구속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같은 날, 한 20대 남성은 “여자친구와 헤어져 화가 난 상황”이라 분풀이 상대로 길 가던 여성을 붙잡아 목을 조르고 주차장으로 끌고 가 무차별 폭력을 저질렀다.

17일, 한 20대 남성이 처음 만난 여성을 납치하는 과정에 여성의 1.1.2. 손구호를 본 운전자가 보고 신고해서 붙잡혔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여성들은 집에 있다가, 일터에서, 카페에 갔다가, 길을 걷다가 언제 성폭력을 당할지, 언제 무차별 폭행을 당할지, 언제 불법촬영을 당할지 모른다.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은 불과 5일 만에 보도된 사건들이다. 성폭력과 폭행, 불법촬영과 신상공개의 위협이 바로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들의 일상이라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와치(HRW, Human Rights Watch)의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 발간 소식을 소개한 기사는 직장 상사에게 받은 시계 선물이 알고 보니 몰카였다는 사례를 전하며 바로 이런 사례가 휴먼라이츠와치가 한국을 특정하여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라 전한다. 이어 해당 보고서에서는 한국에 성폭력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 "기술에 비해 한참 뒤처진 성평등 인식"과 피해자에게 고통의 시간을 가중시키는 한국의 법제도의 한계,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 법의 집행자들의 한계를 지적했다고 전한다.

 

여성의 생명이 도처에서 위협당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이기 때문에 당한 폭력과 살인의 존재를 당당하게 부정하는 자가, 페미니즘만 챙겼기에 표를 잃었다고 왜곡된 선동을 하는 자가 30대 제1야당의 당대표로 정치의 문법을 새로이 한다고 나서고 있다. 여당의 정치인들은 안 그래도 불편했던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저버리고 싶었던지 여성의 생명을 방치하고는 따라할 수 없는 젊음을 따라하며 촌극을 벌인다.

누가 여성을 얕잡아 보고, 희롱하고, 폭행하고, 대상화해도 된다고 용인했는가. 누가 여성의 인격은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가. 군대 내 성폭력 사건 하나 피해자 입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손가락 논란에 쉽게 사과한 국방부, 성폭력 사건에 수시로 2차가해 집단으로 동조하면서 손가락 논란에 쉽게 사과한 경찰청, ‘술 마셔서’, ‘앞길이 창창해서’, ‘초범이어서’ 등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 수많은 이유를 만들며 젠더폭력 범죄에 낮은 형량을 내리는 사법부, 가해자에게 엄벌을 내리고 여성의 생명과 인격을 보장하는 데 부족한 제도를 손 놓고 방치하는데 더해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 이 모두가 지금 여성들의 일상을 전방위적으로 위협하는 문제적 현실의 공범이다.

 

여성혐오와 젠더 범죄를 해결하는 것은 시급하고 중요한 사회정치적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2차 가해를 당하고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이 폭력이 난무한 일상에서 시민으로서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와치는 한국의 사례를 분석하며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강화, 성인지 감수성 교육 확대,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디지털 성범죄 사건 수사·기소 등을 권고했다’고 한다. 제도적,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전 국가기관과 정치가 총력을 기울이기 위한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여성혐오와 젠더범죄를 해결하고 여성들의 자리가 있는 한국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1.06.17.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