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2.16. 10년 째 여성과 아동대상 성범죄에 취약한 운영구조를 바꿔내지 못한 쏘카는 혁신 이전에 사회적 책임의 기본부터 다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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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10년 째 여성과 아동대상 성범죄에 취약한 운영구조를 바꿔내지 못한 쏘카는

혁신 이전에 사회적 책임의 기본부터 다하라.


6일 오전. 13살 여자 아이가 없어졌다. 아이의 엄마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같은 날 오후 5시쯤, 경찰은 CCTV 영상을 통해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아이를 차에 태워 데려간 남성이 쏘카 차량을 이용한 것을 파악했다. 6시 30분쯤, 경찰은 쏘카 측에 용의자 인적사항을 요청했다. 그러나 쏘카 측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영장을 요구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2항에 따라,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는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쏘카 내부 규정에도 범죄 등 위급 상황의 경우 공문을 받으면 영장이 없어도 경찰에 개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되어있지만 담당자는 매뉴얼도 숙지하지 않은 채 긴급한 상황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6일 오전에 만나 아이를 수도권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남자는 같은 날 오후 8시 쯤 아이를 성폭행했다. 사건 발생 1시간 반 전, 경찰이 최초 정보제공을 요청했을 때 쏘카 측에서, 법대로, 규정대로만 정보를 바로 제공했으면 용의자를 검거하고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절박한 수사 시간 동안 쏘카 측은 정확한 정보 확인도 없이 안이하기 이를 데 없는 대응을 했고, 범죄자가 범죄 의도대로 범행을 저지르게 만들었다.

7일, 경찰은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쏘카에 제시했지만 담당자 부재 중을 이유로 정보제공을 하지 않았다. 정보제공을 받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 같은 날 오후 2시 40분 경 남자는 아이를 ‘집 주소를 알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을 하며 경기도 모처에 내려주었다. 아이는 다행히 돌아왔으나, 이미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였다.

8일이 되어서야 쏘카는 용의자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 그리고 10일, 쏘카 박재욱 대표이사는 사과문과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애끓는 피해아동의 부모는 8번이나 전화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제발 부탁한다. 나한테 알려줄 수 없으면 경찰한테 말해 달라. 내 딸이 시체로 오면 그때도 개인정보 타령하며 그 남자 신원을 보장할 거냐'고 울며불며 사정하고 애원하고 모든 걸 다 해서 부탁드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딸을 납치당한 부모의 간절함 앞에 다시 한 번 규정을 검토해볼 생각도, 관련 법 규정을 확인해볼 생각도, 상부에 보고하고 대응책을 강구해볼 생각도 없이 앵무새처럼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한 직원을 둔 쏘카는 어떤 조직문화와 의사결정구조, 고용관계,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쏘카는 2019년에도 쏘카가 운영하던 타다의 기사들이 여자 승객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해당 사건에 사과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지 2년 만에 쏘카는 또 다시 자사의 서비스가 성범죄에 이용된 것에 무력했다.

쏘카와 타다는 허술한 인력관리, 아르바이트생 대상으로 한 임금꺾기, 휴게시간 축소, 시간외수당 미지급 등의 노동력 착취 논란을 일으켜오기도 했다. 책임의식이 발생할 수 없는 고용관계나 노동환경은 과연 이번 사건의 대응과 무관할까.


공동체의 안전과 이익에 무력한 혁신 기업은 제아무리 혁신을 외치고 좋은 가치를 표방해도 사회 혁신에 기여할 수 없다. 2011년 창업하여 10년 째 여성과 아동대상 성범죄에 취약한 운영구조를 바꿔내지 못한 쏘카는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지가 있는가. 그 의지만큼 예산을 투입하고 사회혁신을 홍보하기 이전에 조직의 혁신을 감행할 계획이 있는가.


쏘카 대표이사의 사과 앞에,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한 아동의 인생에 있어 절체절명의 사건을 막을 수 있던 시간 동안 너무나도 안이했던 쏘카에게 바라는 건, 혁신이 아니라 기본이다. 기본부터 갖추고 혁신의 가치를 운운하라.


더불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끊임없이 아동이 성범죄의 대상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실 앞에, 전 사회적으로 아동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공동의 책임의식과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바이다.


2021.02.16.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