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6.16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이라는 이 일상의 재난을 끝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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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이라는 이 일상의 재난을 끝내야 한다


2021년 4월 26일 월요일에 포스코 포항제철소 냉연 동진건설 현장 화재감시원으로 출근한 여성노동자가 7주만에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인한 모욕감에 견딜 수 없다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피해 노동자는 "인간 이하 종(머슴) 취급을 당하면서" "너무 치욕스럽고 무시당해서 진짜 안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 피해노동자는 노동조합에 피해사실을 신고한 당일에 생을 놓아버렸다.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이 견딜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2018년 직장 또는 업무 상의 문제로 자살한 사람은 487명이었다. (2020 자살예방 백서) 하루에 1.3명씩, 직장 내 문제로 인해 우리 주변의 동료가, 가족이, 지인이 사망했다. 그리고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 이후 2020년 12월까지 신고 된 사건 중 검찰 송치는 1.2%이고, 기소된 것은 0.04%에 불과했다. 신고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은 일상의 재난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시행 직후 2019년 7월 16일부터 9월 말 일까지 2달 반 간 제보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중 25.9%가 정신 질환을 호소하고 있음을 보고하기도 했다.


공기 속 유해화학물질 같이 피해당사자를 파괴하는 폭력의 구조를 끊어내는 데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와 피해 신고자에게 부당한 처우를 했을 경우 처벌 규정을 두고 있을 뿐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는 않고 있다. 이에 회사에서 자체적인 징계 규정을 두고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한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실효성있는 제재가 불가한데, 실상 가해자가 상위 권력자인 상황에서 징계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장내 성희롱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 신고 즉시 사실 확인 조사에 들어가고, 피해자 근무 장소를 바꾸거나 유급 휴가를 주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14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426건이었던 직장 내 성희롱 신고 건수는 2017년 644건, 2018년 1005건, 2019년 1359건, 2020년 1624건으로 매년 늘었는데, 그와 비례해 2016년 9210만원이었던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 부과액도 2020년 2억9380만원으로 늘었다. 신고 후 피해자 보호 조치와 가해자 처벌을 하는 대신 그냥 과태료를 내고 만 사업주의 수가 신고 수와 비례해서 늘었음을 보여준다.


제대로된 사실 규명,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 보호라는 이 당연한 수순을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건에서 기대하기가 너무 어렵다. 피해노동자가 죽기까지의 시간에 대해 경찰은 철저히 조사해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원청과 하청업체는 가해자와 사건 은폐자에 대해 엄단하고 직장내 괴롭힘과 성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도록 조직 관리 및 교육 강화 등의 조직 혁신 조치를 해야한다. 더불어 정치는 피해자의 신고가 실효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보완에 앞장서야 한다.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보호장치 없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비극, 가해자는 기세등등하고 피해자가 오히려 사지로 몰리는 젠더폭력의 비극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2021.06.16.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