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5. 21. 거대 양당의 ‘위장 공천 사퇴’, 여성 정치에 대한 모욕이며 지방자치의 파산 선고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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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거대 양당의 ‘위장 공천 사퇴’, 여성 정치에 대한 모욕이며 지방자치의 파산 선고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는 한국 정치가 마땅히 실현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지방의회와 국회 내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고, 정당 공천 과정에서 여성은 늘 후순위로 밀려났다. 여성 의무공천 제도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민주주의 장치이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지방의원 후보 사퇴 사태는 거대 양당이 이 제도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동구 나선거구에 김솔샘 후보를 추가 공천한 뒤 후보 등록 직후 사퇴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국민의힘 역시 성남시의회의원 선거 성남시 수정구 가선거구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장명숙 후보를 등록 후 사퇴시켰다. 두 사례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여성 후보를 실제 정치 참여의 주체로 세운 것이 아니라, 여성 의무공천 규정을 형식적으로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일정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 선거구 공천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후보 등록 이후 사퇴에 대한 별도 제재 규정은 미비하다. 거대 양당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여성 후보를 등록만 시킨 뒤 사퇴하게 함으로써 법적 의무는 피해 가고, 기존 남성 중심 공천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편법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여성 정치인을 ‘실제 대표자’가 아닌 ‘요건 충족용 인물’로 취급한 것이며, 여성 정치 참여 확대라는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력화하는 행위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거는 시민이 후보를 선택하는 민주주의 절차인데, 애초 완주 의사가 없는 후보를 등록시키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왜곡하는 일이다.

 

이러한 꼼수 공천의 이면에는 거대 양당의 패권 정치가 낳은 더 거대한 왜곡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무투표 당선 지역과 당선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현실은 양당 기득권 독점 체제가 지방자치를 얼마나 황폐화했는지 증명한다. 여성을 도구화하는 ‘위장 공천’과 유권자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무투표 당선’은 모두 거대 양당이 지역 권력을 분점하는 패권 정치에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이다. 경쟁과 검증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주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직 공천 권력에만 줄을 대는 구태 정치뿐이다.

 

이러한 방식이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를 선거에 동원되는 객체나 도구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여성 후보는 정당의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장식용 후보’로 소비되고, 유권자는 이미 정해진 정치 구도를 추인하는 역할만 강요받는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후보자와 유권자는 누구의 전략을 위해 소모되는 대상이 아니다. 모두가 정치의 동등한 주권자이며, 자신의 의사와 정치적 책임 아래 선거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거대 양당은 선관위 해석과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법망만 피해 가면 되는 기술이 아니다. 공당이라면 법의 취지만큼이나 정치적 책임과 윤리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여성 의무공천 제도는 단순한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배제되어 온 여성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방식이 반복될 경우 여성 공천 자체에 대한 시민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 후보가 실질적 경쟁자가 아니라 ‘형식적 등록 후보’로 소비된다면, 여성 정치 확대를 위한 사회적 정당성 또한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여성 정치인 개인을 넘어 민주주의 전체로 돌아온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거대 양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 역시 후보 등록 후 사퇴를 악용한 편법 공천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후보 사퇴 시 정당 책임을 강화하거나, 여성 의무공천의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 입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무투표 당선 제도를 전면 개선하여 양당의 독점 패권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거대 양당의 패권 정치와 남성 중심 정치 구조를 끝낼 수 있는 힘 역시 여성 시민들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여성은 더 이상 정치의 주변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바꾸는 주체이다. 정치는 제도의 빈틈을 찾아내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의 취지를 실현하려는 책임이어야 한다. 여성 의무공천 제도를 형식적 절차로 전락시키는 순간, 한국 정치가 말해온 다양성과 대표성의 가치 역시 공허한 구호로 남게 된다.

 

2026년 5월 21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