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성명서2026. 3. 14. 반복되는 비극, 국가의 보호망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재명 정부는 피해자 중심의 선제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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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반복되는 비극, 국가의 보호망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재명 정부는 피해자 중심의 선제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라!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이번 살인 사건은 국가가 약속한 ‘신변 보호’ 제도가 얼마나 무력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한번 처참하게 보여준다. 피해 여성은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고, 가해자는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다. 또한 스토킹과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가 내려져 있었다. 국가의 감시와 보호 장치가 모두 작동하고 있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피해자는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생명을 잃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우발적 범죄가 아니다. 가해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거리낌 없이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직후 발찌를 훼손한 뒤 도주했다. 이 사건은 현행 전자감독 제도와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가해자의 의지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매년 발표하는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최소 137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었다.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피해자 252명을 포함하면 총 389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이는 약 22.5시간마다 한 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자녀와 가족, 지인 등 주변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673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조차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집계한 최소한의 통계에 불과하다.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여성살해 통계조차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현실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얼마나 구조적으로 방치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반복되는 여성 살해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통제, 그리고 이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는 제도적 실패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이다.


국가는 더 이상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정부와 사법당국에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피해자 중심의 선제적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거나 반복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스마트워치 등 신고 장치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고위험 스토킹·가정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이동을 제한하고 피해자의 생활권 접근을 차단하는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경찰의 긴급 보호 조치와 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신속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스토킹 피해자의 초기 대응을 지원하는 전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스토킹 피해자는 범죄 대응 절차나 위험 판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위험이 확대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신고 단계부터 피해자에게 법률·심리·안전관리 전문가가 연계되어 위험도를 평가하고 구체적인 안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피해자가 혼자서 대응하도록 방치하는 현재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전자발찌 관리 체계와 전자감독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전자발찌 훼손이나 신호 차단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감시 인력과 대응 체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발찌 훼손 시 자동 경보, 정밀 위치 추적, 접근 제한 구역 설정 등 기술적 보완을 통해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반복적인 위험 행동을 보이는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해서는 이동 제한 확대, 보호관찰 강화 등 단계적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스토킹 및 여성 폭력 범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위험도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찰, 보호관찰소, 검찰, 법원 등 관련 기관 간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가해자의 폭력 이력과 재범 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서는 잠정조치에 그치지 않고 전담 관리 대상자로 지정하여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여성살해 범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살해는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성살해 사건의 유형과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책 대응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통계와 연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섯째, 스토킹처벌법과 가정폭력 대응 체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잠정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고위험 스토킹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구속 수사와 접근 차단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피해자의 안전을 중심에 둔 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의 존재 이유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정부와 대구, 그리고 오늘의 남양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같은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잃어 왔다. 국가의 보호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시민의 안전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다.

가해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생명권이 우선되는 사회, 국가가 끝까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공권력의 존재 이유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과 제도 개선 논의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또한 여성 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이 이루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2026년 3월 14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