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8. 14. 스포츠계의 미디어가이드라인 제정은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기 위함이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과 주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8-14
조회수 635

fa01e77c1d1d0.png



[논평]

스포츠계의 미디어가이드라인 제정은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기 위함이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과 주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최근 뉴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성 스포츠 선수의 특정 신체 부위를 교묘하게 노린 영상들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쇼트폼 대부분은 대회나 경기 상황, 선수에 대한 설명 없이 근접 촬영된 신체만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거나 카메라가 선수의 신체를 훑듯이 ‘슬로모션’을 걸어 편집하는 방식이다. 조회수 수익을 노리고 제작된 이들 쇼트폼 중에는 ‘미모’, ‘탄탄’, ‘아이돌’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내걸고 수십만에서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치열한 땀방울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존재를 부정하고, 여성의 신체를 오직 상업적 쾌락과 수익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명백한 성적 대상화이자 폭력이다.

 

이러한 성적 대상화 시도에 맞서 유럽방송연맹(EBU) 등 국제 스포츠계는 도쿄 올림픽과 파리 올림픽을 거치며 성평등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선수의 뒤쪽이나 아래쪽에서 촬영하는 저각도 구도, 특정 부위 장시간 클로즈업, 경기 이해와 무관한 과도한 슬로모션을 금지하는 등 카메라는 선수의 ‘성적 매력’이 아닌 ‘경기력’을 담아야 한다는 국제적 표준을 확립해 나가는 중이다.

 

최근 네덜란드의 육상 선수 리케 클라버(Rieke Klaver) 등 일각에서는 미디어의 촬영 제약이 자칫 ‘여성의 몸을 다시 금기시하는 시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여성 선수가 자신의 단단한 신체에 자부심을 느끼고 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신체를 표현하는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에는 깊이 동감한다.

 

문제의 본질은 ‘여성의 몸’ 그 자체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주체적 존재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이러한 왜곡된 시선을 공유·유통함으로써 여성 일반을 통제하고 그 위에 위계를 세우려는 왜곡된 성인식에 있다.

 

따라서 국내 스포츠 연맹과 유관 기관이 도입해야 할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결코 여성 선수의 신체나 표현을 검열하고 금기시하기 위함이 아니다. 선수의 주체적인 신체적 긍정과 자부심을 지켜내는 동시에, 타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성적 대상화되는 상업적 착취를 차단함으로써 여성 선수뿐만 아니라 여성 일반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주체성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이다. 국내 스포츠계 역시 EBU의 성평등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적극 반영하여 현장에 맞는 정교한 지침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문제는 스포츠계를 넘어 방송, 행사, 각종 대회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성의 노출 신체를 성적 대상화할 목적으로 교묘하게 촬영하고, 이를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해 불법 수익을 올리는 범죄 행위는 이미 도를 넘었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뉴미디어 성범죄에 대해 엄정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여성의 신체를 성적 상품화하여 취득한 모든 불법 목적의 수익금에 대해 강력한 몰수·추징 제도를 전면 적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타인의 신체와 인권을 침해하여 벌어들이는 불법 수익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 한,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 선수를 포함한 모든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주체성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미디어 환경의 정화와 법·제도적 불법 수익 몰수 조치가 조속히 이루어질 때까지 연대할 것이다.

 

2026년 8월 14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