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6. 30. 국가는 출산율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라. 출산 장려보다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이 국가의 책무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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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가는 출산율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라.

출산 장려보다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이 국가의 책무이다.

 

최근 언론은 저출생 대응 정책과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논의 등 성·재생산 건강권을 둘러싼 제도 변화를 다시 조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정책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과 직결된 공적 과제다. 국가가 출산율 제고에 집중하는 동안, 임신과 출산, 피임과 임신중지를 포함한 전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는 여전히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생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며 현금성 지원과 출산 장려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 중심의 접근은 여성의 삶과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여성을 인구 정책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성·재생산 건강권을 국가의 기본 책무로 재정립해야 한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약 11만 명 더 많아 인구 자연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단기적인 출생 변동만으로 구조적 인구 문제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러한 책무가 충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에 따르면 분만취약지와 지역 간 의료격차, 산부인과 전문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는 출산을 선택한 여성조차 안전한 의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성·재생산 건강권의 공백은 임신과 출산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낙태죄와 관련해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대체입법은 마련되지 않았고, 여성과 의료현장은 장기간 법적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역시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 접근성과 제도 정비를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최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장기간 방치되어 온 제도 공백을 해결하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성·재생산 건강권은 특정 부처나 개인의 의지에 맡길 사안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국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의료와 입법의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국가의 역할은 출산율이라는 단일 지표를 관리하는 데 있지 않다. 모든 여성이 생애 전 과정에서 안전하고 차별 없이 성·재생산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다.

 

이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국회와 정부가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위한 입법과 제도 정비를 지체 없이 추진하고,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 접근성 보장과 공공 모자의료 체계 강화를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출산율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여성의 권리를 국가 정책의 중심에 둘 것을 요구한다. 여성은 출산을 관리하는 정책의 객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몸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기에 앞서,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2026년 6월 30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