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5.07.18. 신당역 사건에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보호 의무를 인정한 판결 환영한다. 그러나 지극히 낮은 배상액에는 깊은 실망을 표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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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신당역 사건에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보호 의무를 인정한 판결 환영한다 

그러나 지극히 낮은 배상액에는 깊은 실망을 표한다 


서울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은,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주환이 저지른 명백한 스토킹 살인이다. 전주환은 피해자의 직장 동료였으며, 스토킹처벌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미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직위 해제되었으나, 여전히 공사 내부망에 접속이 가능했고, 피해자의 주소와 근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그는 피해자의 근무일을 확인한 뒤, 신당역 여자 화장실의 순찰 시간에 맞춰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주환이 해당 범죄의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위 해제 이외에는 어떠한 보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 공사는 피해자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전주환이 스토킹과 불법촬영으로 고발되었음을 고려할 때 그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스토킹과 불법촬영은 전형적인 젠더 기반 범죄이다. 이러한 범죄는 왜곡된 성 인식과 성별 위계에 기반하며, 가해자의 관계망 안에 있는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가해를 통해 발생하는 이 범죄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공공장소라는 근무환경의 특수성까지 감안하여 더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직위 해제 상태에서도 내부망 접근을 허용했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어떤 조치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역무원 안전 수칙인 ‘2인 1조 순찰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 모든 점은 서울교통공사가 직원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구조적으로 취약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에 유족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는 패소했다. 다행히 지난 7월 1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재판장 배용준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보호 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 유족 측 손을 들어주었다. “안전하게 일하고,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가 보장해야 한다는 법적 상식을 확인한 판결이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점은 배상액이 너무나도 낮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부모에게 각각 500만 원씩 총 1천만 원의 배상을 하라고 주문하고, 다른 두 명의 유족 청구는 기각하였다. 직장 내 살해, 그것도 동료에게 업무 중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막지 못한 서울교통공사가 남겨진 유족에게 감당해야 할 책임으로 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배상액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젠더폭력이라는 일터 위험요인으로부터 여성 노동자의 안전 보호 의무를 확인한 판결을 환영한다. 한편 그 책임에 합당하지 못한 낮은 배상액에 깊은 실망을 표하는 바이다. 범죄 피해자의 피해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책임에 맞는 합당한 판결은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지키지 못한 한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터무니없이 낮은 배상액이 더욱 아쉬운 이유이다.


2025년 7월 18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