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6. 18. 여성 기자와 활동가를 향한 성별화된 스토킹폭력은 공론장의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위협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6-18
조회수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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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여성 기자와 활동가를 향한 성별화된 스토킹폭력은 

공론장의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위협이다.

 

"기자인 저도 힘든데, 다른 스토킹 피해자는 어떻게 버텼을까." 취재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고발해 온 조선일보 곽 기자의 이 한 줄의 절규는 대한민국 스토킹 피해 지원 체계와 조직적 보호망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 기자들이 온라인 스토킹과 디지털 성폭력, 성적 대상화와 허위사실 유포 등 심각한 젠더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보호해야 할 조직과 제도가 사실상 피해자 개인에게 대응을 떠넘겨 온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언론인에 대한 폭력은 결코 개인의 불운이나 직업적 부담으로 치부될 수 없다. 기자에 대한 공격은 시민의 알 권리와 공론장의 기능을 훼손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특히 여성 기자를 향한 폭력은 보도 내용에 대한 비판을 넘어 여성의 존재 자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조롱함으로써 발언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공적 발화를 위축시키려는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남성 기자들 역시 스토킹과 온라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기자들이 경험하는 폭력은 철저히 성별화된 양상을 띤다. 여성 기자들은 외모와 신체, 성적 이미지에 대한 공격과 딥페이크·누디피케이션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 여성혐오적 조롱과 협박에 상시적으로 노출된다. 이는 단순한 악성 댓글을 넘어 피해자의 존엄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구조적 폭력이다. 곽 기자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언론인이라는 사회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가졌음에도 법적 절차의 틈새와 공권력의 미온적 대응 앞에서는 극심한 고립감과 공포를 마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 기자들뿐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 노동, 돌봄, 폭력 예방 등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는 시민단체와 여성단체의 여성 활동가들 또한 유사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적 의제를 제기하고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은 때때로 온라인 괴롭힘과 신상털기, 성적 모욕과 협박에 노출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조직적 보호 없이 이를 개인의 몫으로 감당하도록 방치되고 있다. 발언권을 가진 기자마저 구조적 무력함을 느끼는 현실 속에서, 제도적 보호망 밖에 놓인 사각지대의 평범한 피해자들이 마주했을 절망은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폭력은 특정 개인을 침묵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 기자와 여성 활동가들의 위축은 사회적 약자와 구조적 폭력에 대한 추적과 감시를 약화시키고, 결국 우리 사회가 위험의 신호를 제때 포착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에 대한 성별화된 폭력은 공론장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위험이다. 피해자가 홀로 고통을 버텨내야 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국가는 피해자에게 인내와 조심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격리와 강력한 처벌로 응답해야 한다.

 

이제 조직과 사회는 이러한 폭력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는 피해자 개인에게 대응을 맡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신고 체계와 법률 지원, 증거 보존, 2차 가해 방지와 심리 지원 등 실질적인 보호 시스템을 즉각 구축해야 한다. 국가와 수사기관, 플랫폼 기업 또한 디지털 성폭력과 스토킹, 조직적인 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적극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적 의제를 다루는 여성들이 침묵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여성 기자와 여성 활동가를 보호하는 것은 특정 직업군이나 개인을 보호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와 공론장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2026년 6월 18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