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4. 22. ‘진짜 사장’ BGF리테일의 책임 회피가 부른 비극, 기업의 책임있는 교섭과 정부의 중재를 촉구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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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진짜 사장’ BGF리테일의 책임 회피가 부른 비극, 

기업의 책임있는 교섭과 정부의 중재를 촉구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어제 故 서광석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노동권·집회권 보장을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故 서광석 노동자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나 우발적 충돌로 축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취약성과 다단계 물류 구조 속에서 책임이 분산되고 회피되는 현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현재 CU의 물류 운송 구조는 BGF리테일(원청) – BGF로지스(물류 자회사) – 하청 운송사 – 화물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물량과 운임, 물류 운영 방식에 대한 결정권은 정점에 있는 원청 기업이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교섭 의무는 하청 단계로 내려보내지는 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 조건은 실질적으로 통제되면서도 제도적 책임은 분산되는 모순이 반복되어 왔다.

 

배송 노동자들은 겉으로는 ‘사장님’이라 불리는 특수고용 노동자이지만 현실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소득 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다. 월 매출은 일정 수준에 이르더라도 차량 비용과 유류비, 각종 운영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 소득은 매우 불안정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루라도 일을 쉬기 위해서는 대체 차량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아파도 쉬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며, 심야와 새벽을 오가는 장시간 노동 속에서 산업재해 위험 또한 상시적으로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특정 직종이나 특정 노동자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편의점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유통 구조는 생산·운송·물류·판매·소비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사회적 생태계 속에서 작동한다.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상품은 화물 노동자와 물류 노동자를 거쳐 편의점 점주와 노동자에게 전달되고, 다시 시민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상과 생계를 떠받치는 하나의 사회적 순환 구조이다.

 

이러한 유통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화물 노동자만이 아니다. 생산 현장의 노동자, 물류 노동자, 편의점 노동자와 점주, 그리고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 소비자까지 모두가 이 구조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편의점 노동자와 점주, 소비자, 가족 구성원 등 다양한 위치에서 이 유통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노동 현장의 불안정성과 안전 문제는 결국 시민의 삶과 사회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특정 노조나 특정 직종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과 유통, 소비의 순환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유통 구조는 결국 시민의 삶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실질적인 노동 통제와 영향력을 가진 기업에게 교섭 책임을 부여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미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유사한 물류 구조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제 기업 역시 유통 생태계의 핵심 주체로서 책임 있는 대화와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BGF리테일은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유가족과 노동자들에게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며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교섭에 나서라.

둘째, 정부와 수사기관은 사건의 경위뿐 아니라 물류 운영 구조와 집회 현장 안전관리 과정까지 포함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 규명을 실시하라.

셋째,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노동통제 관계를 인정하고 노동자의 교섭권과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라.

넷째, 생산·유통·소비가 연결된 사회적 생태계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삶이 함께 보호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누구에게도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되는 유통 구조를 만드는 일은 특정 노동자 집단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 책임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故 서광석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삶이 함께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변화와 사회적 책임을 계속 촉구할 것이다.

 

2026년 4월 22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