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4. 21. 故 서광석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노동권·집회권 보장을 촉구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4-21
조회수 473

ba1f7ceeca167.png


[논평]

故 서광석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노동권·집회권 보장을 촉구한다.

 

경남 진주시 CU 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故 서광석 님이 차량과 충돌해 사망하고 2명이 중경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故 서광석 님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

 

이번 사건은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취약성과 노동권 보장의 공백을 드러낸 사건이다. 화물운송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노동 과정에서는 운임, 업무 방식, 물류 운영 체계 등에서 기업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제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관계가 형식적 계약 관계를 넘어 실질적인 노동통제 관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 밖에 두는 구조는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편의점 물류센터는 단순한 물류 시설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가 연결되는 하나의 유통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상품은 운송 노동자, 물류 노동자, 편의점 점주와 노동자, 그리고 소비자를 거쳐 하나의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움직인다. 이러한 유통 생태계는 노동자와 소비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그 생태계의 절반을 이루고 있는 여성들은 이 사건과 결코 무관한 존재가 아니다. 여성들은 편의점 노동자, 자영업 점주, 소비자, 가족 구성원 등 다양한 위치에서 이 유통 구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노동 현장의 불안정성과 안전 문제는 결국 여성의 삶과 생존 조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특정 직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노동·유통 구조와 시민의 삶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집회와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헌법적 권리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집회 현장의 안전을 확보할 국가의 책임이 분명해야 한다. 정부와 집회 관리 기관은 집회 참가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갈등 상황이 물리적 충돌이나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다. 공권력의 역할은 갈등을 방치하거나 충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사고의 직접적 경위뿐 아니라 집회 현장의 안전관리, 갈등 상황에서의 공권력 대응, 대체 수송 과정에서의 안전 조치 등 사건의 구조적 원인까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책임이 확인된다면 관련 책임자에 대한 분명한 조치 또한 뒤따라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故 서광석 노동자의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정부와 수사기관은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 규명을 실시하라.

둘째, 집회 현장의 안전관리와 갈등 대응 과정에서의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확인된 책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

셋째,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노동통제 관계를 인정하고 노동자의 교섭권과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라.

넷째, 노동자의 집회·결사의 자유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과 제도를 강화하라.

 

무엇보다 이번 비극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집회와 단결의 권리를 제한하는 명분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사회는 결코 민주사회라 할 수 없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故 서광석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의 권리와 생명이 동등하게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책임과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4월 21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