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6. 1. 8. 국가의 직무유기가 낳은 85%의 방치, 디지털성범죄 플랫폼 폐쇄로 응답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1-08
조회수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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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가의 직무유기가 낳은 85%의 방치, 디지털성범죄 플랫폼 폐쇄로 응답하라!

 

지난 1월 5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보고서는 국가 기관의 직무 해태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을 결정한 사이트 가운데 85.4%가 여전히 접속 가능하다는 사실은, 국가의 차단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차단 목록이 이메일 스팸함에 묻혀 누락되고, 긴 URL을 인식하지 못하는 노후화된 시스템을 수년째 방치해 온 것은 여성 인권을 스팸 처리한 것과 다름없다. 7,250여 개의 미차단 사이트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태는 국가가 디지털 성범죄의 수익 구조를 사실상 보장해 준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2018년 ‘웹하드 카르텔’ 사건을 통해 디지털 성폭력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영상을 상품으로 생산·유통·소비하는 조직적 불법 산업 구조임을 목격했다. 주범 양진호가 구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관련 플랫폼에 대한 폐쇄 명령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관했다. 이러한 국가의 직무유기가 오늘날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괴물을 키워낸 토양이 되었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최신 통계는 국가의 안전망이 사실상 붕괴되었음을 보여준다. 2024년 한 해 동안 지원센터를 찾은 피해자는 1만 305명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1만 명 시대’를 넘어섰다. 특히 합성·편집(딥페이크) 피해는 전년 대비 227.2% 폭증해 국가적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피해자의 다수는 10대와 20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디지털 성폭력이 미래 세대의 삶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기술적 한계’의 핵심에는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이 있다. CDN은 원래 웹사이트 접속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 세계에 분산된 서버가 콘텐츠를 대신 전달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은 이 CDN을 악용해 실제 서버의 위치를 숨기고, 차단을 우회하며, 사이트를 쉽게 재등장시키고 있다. 즉, 불법 영상은 CDN 뒤에 숨은 채 유통되고 있지만, 국가는 이를 이유로 실질적 책임 추궁과 차단 조치를 회피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권고’와 ‘기술적 한계’라는 변명 뒤에 숨어 있다. 그러나 유포 속도가 범죄의 핵심인 디지털 성범죄에서 사후 차단은 이미 실패한 대응이다. 이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은 강력한 시정을 요구한다.

 

첫째, 플랫폼 및 사업자에 대한 폐쇄 조치를 법으로 명문화하라.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포함한 디지털 성폭력 영상의 차단·삭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플랫폼과 사업자에 대해, 단순 과태료가 아닌 사업장 폐쇄 및 서비스 영구 중단을 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즉각 마련하라.

 

둘째, ‘선(先)차단 후(後)심의’ 원칙을 전면 도입하라.

플랫폼 사업자가 성범죄물 여부를 즉각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차단을 지연하는 일이 없도록, 피해자 신고 시 즉시 차단을 의무화하고 사후 심의를 진행하는 강제적 시스템을 구축하라.

 

셋째, 초국가적 기술 차단 체계를 구축하라.

해외 서버 및 CDN을 활용한 우회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국가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가해 플랫폼의 자본 흐름과 수익 구조를 차단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의 신체가 기술과 자본의 놀잇감으로 소비되는 비극을 멈추는 유일한 길은, 국가가 공범의 위치에서 벗어나 강력한 법 집행의 주체로 나서는 것뿐임을 분명히 한다. 정부는 불법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을 즉각 폐쇄함으로써 그 책무를 다하라.

 

2026년 1월 8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