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5. 12. 26. 여성의 기본권을 시장의 논리로 풀지 말고, 생리용품 보편 지원과 무상화를 즉각 이행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5-12-26
조회수 570

9f3b48d22eda3.png


[논평] 

여성의 기본권을 시장의 논리로 풀지 말고, 생리용품 보편 지원과 무상화를 즉각 이행하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3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여성의 건강권을 시장의 물가 관리 수준으로만 취급하는 인식의 소산이며,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임기응변식 대응이다.

 

생리는 개인의 선택이나 생활양식의 문제가 아니라,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조건이다. 생리용품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위생 수단으로, 대체 불가능한 필수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적으로 시장 가격과 개인의 구매력에 맡기는 것은 여성에게만 구조적 비용을 전가하는 성차별적 제도 방치에 다름 아니다. 국가는 회피 불가능한 신체 조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할 책임이 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바우처 지원 사업의 이용률은 대상자의 56%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필수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선별적 지원 방식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복잡한 신청 절차와 수혜 대상자라는 낙인효과는 청소년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생리용품 접근성의 부족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감염과 염증 등 직접적인 건강 위험으로 이어지며,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을 침해한다. 더 나아가 청소년에게는 결석과 학습권 침해로, 성인 여성에게는 결근과 노동권 침해로 연결된다. 생리용품 무상 지원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여성들이 교육과 노동, 사회 참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기본권 보장 정책이다.

 

선별적 복지는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신청주의에 기반한 정책은 언제나 사각지대를 낳고, 낙인과 자기검열을 통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제도 밖으로 밀어낸다. 반면 보편적 무상 지원은 행정비용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며,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이미 이용률이 절반에 그친 현실이 이를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여성의 월경권은 담합 조사나 가격 통제와 같은 시장 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할 보편적 기본권의 영역이다. 생리용품은 공공기관의 비누나 휴지처럼 누구나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생리용품 무상 지원은 과도한 재정 부담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이다. 생리용품 부족으로 인한 건강 악화, 의료비 증가, 학업 중단, 노동 손실을 예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다. 이는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다.

 

이미 스코틀랜드는 세계 최초로 생리용품 전면 무상화를 법제화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보편 지원을 통해 성평등한 건강권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는 생리용품 무상 지원이 결코 비현실적인 요구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중앙정부가 진정으로 여성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기업의 팔을 비틀어 가격을 몇 푼 낮추는 생색내기식 행정이 아니라 전면적인 보편 지원과 무상화를 결단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여성의 몸을 물가 안정의 도구로 삼지 마라. 선별적 지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모든 여성이 존엄하게 월경할 수 있도록 하는 ‘생리용품 국가 무상 지원’ 정책을 즉각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5년 12월 26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