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7. 13. 경찰청 피해자보호과 신설, 조직개편을 넘어 여성폭력 대응체계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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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경찰청 피해자보호과 신설, 조직개편을 넘어 여성폭력 대응체계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13일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여성청소년국 내 '피해자보호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스토킹, 교제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기능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이번 추진은 관계성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대응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평가한다. 그러나 조직 신설만으로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국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와 제도 개혁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이번 개편은 실질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스토킹범죄의 현실이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스토킹 신고는 2023년 3만 1,824건, 2024년 3만 1,947건에서 2025년에는 4만 4,684건으로 급증했다. 불과 1년 만에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스토킹이 더 이상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여성의 일상과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위험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범죄가 반복적인 협박과 감시, 접근, 폭력을 거쳐 교제폭력과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사건에서 위험신호가 포착되었음에도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건 발생 이후의 수사가 아니라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여성폭력은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갈등이 아니라, 성별 권력관계와 통제, 지배가 결합된 구조적 폭력이자 중대한 공공의 안전 문제이다. 따라서 피해자보호과는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라, 고위험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호조치와 위험성 평가, 재피해 방지, 피해 회복 지원을 총괄하는 전문조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과 전문인력, 독립적인 정책 권한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경찰 내부의 다른 기능뿐 아니라 검찰, 법원, 지방자치단체, 피해자 지원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체계가 제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제폭력은 더 이상 사적인 다툼이나 연인 간 분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교제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주요 유형이며, 스토킹과 살인 등 중대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이다. 국회와 정부는 교제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립적인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며, 위험성 평가와 긴급보호조치, 접근금지 명령, 피해자 지원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여성폭력 대응은 경찰만의 과제가 아니다. 성평등가족부를 중심으로 경찰청, 법무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히 협력하는 범정부 통합 대응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피해자 지원과 긴급보호, 주거와 생계 지원, 심리회복과 법률지원이 단절 없이 연계되는 국가 책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피해자보호과가 상징적인 조직에 머무르지 않고 충분한 권한과 예산, 전문성을 갖춘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전담기구로 운영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교제폭력을 여성폭력의 독립적인 유형으로 인식하고, 이를 반영한 법·제도 개선과 예방 중심의 대응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성평등가족부를 중심으로 경찰과 사법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 지원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범정부 여성폭력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정책은 성평등과 인권, 피해자 중심 원칙에 기반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여성의 안전은 치안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성평등의 문제이다. 국가는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 경찰청의 조직개편이 보여주기식 조직 신설에 그치지 않고, 여성폭력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제도적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년 7월 13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