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3. 23. 엇갈린 임금 곡선과 장시간 노동, 이재명 정부는 성별 임금 격차의 구조적 몸통을 직시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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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엇갈린 임금 곡선과 장시간 노동, 이재명 정부는 성별 임금 격차의 구조적 몸통을 직시하라!

 

지난 3월 6일, OECD가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9%대로, 1996년 가입 이래 30년 가까이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인 12.4%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이며, 주요국 중 격차가 2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절망적인 지표 앞에서 최근 이재명 정부가 성평등가족부를 통해 발표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법적 의무화 조치는 환영할 일이나, 그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성별 임금 격차의 뿌리 깊은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한다.

 

첫째, 이재명 정부는 여성의 임금이 30대 후반에 멈춰 서는 ‘엇갈린 임금 곡선’의 실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남성의 임금 곡선이 숙련도에 따라 40대 후반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과 달리, 여성은 30대 후반을 기점으로 정체되거나 하락한다. 이는 출산과 육아 등 돌봄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가부장적 노동 환경이 여성의 경력 단절과 승진 누락을 정당화해 온 결과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공시제가 단순히 사업장별 '남녀 평균 임금'의 나열에 그친다면, 직급별·직종별로 교묘하게 작동하는 차별의 지점들을 포착해낼 수 없다. 여성 노동자를 '숙련된 전문가'가 아닌 '대체 가능한 보조 인력'으로 취급하는 인식을 타파할 정교한 공시 항목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남성 중심의 장시간 노동 문화가 여성을 저임금·단시간 근로로 내몰고 있음을 직시하라. 여성 근로자의 71%가 단시간 근로에 종사하는 현실은 ‘정상 노동’의 기준이 돌봄 책임이 없는 전일제 남성에게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임금 격차 해소를 외치면서도 정작 이를 심화시키는 장시간 노동 관행과 남성 중심적 전일제 문화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유연성 부재와 조직 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공시제는 여성들을 주변부 노동시장으로 더욱 고착화할 뿐이다. 진정한 해법은 임금의 공개를 넘어, 노동시간 단축과 성별에 관계없는 보편적 돌봄권 보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셋째,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보여주기식 선언이 아닌 실효적 법제화로 증명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500인 이상 기업 대상의 공시는 대다수 여성 노동자가 종사하는 중소영세 사업장과 플랫폼 노동 현장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차별이 확인된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시정 명령과 강력한 제재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차별 해소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는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누구나 일하며 돌볼 수 있는 노동 구조의 전면적 재편을 의미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 임금공시제'가 단순한 수치를 넘어 여성의 삶을 바꾸는 실효적 제도로 안착될 때까지, 기업의 책임을 묻고 정부의 방관을 감시하는 정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년 3월 23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