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성명서2025. 08. 25.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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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


22년 전, 두 명의 노동자가 생명을 잃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 고(故) 배달호 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 고(故) 김주익 씨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기업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수십억 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임금 가압류가 시행되자 배달호 씨가 실질적으로 수령한 급여는 월 2만5천 원에 불과했다. 6개월간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끝에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김주익 위원장 또한 129일간의 고공농성 끝에 유서를 남기고 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거두었다.


이처럼 기업은 손해배상 청구와 임금 가압류를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와 파업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고, 이는 노동자의 생존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였다. 2009년 쌍용자동차 사측은 전체 노동자의 37%에 해당하는 2,647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노동조합은 평택공장을 점거하며 저항했으나, 사측의 요청으로 투입된 경찰은 폭력적으로 파업을 진압했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그 후유증으로 3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해고자가 복직한 이후에도 사측은 손해배상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실에 맞서 2014년 시민들은 ‘노란봉투’ 모금 운동을 통해 연대의 의지를 모았다.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대응하여 시민들은 4만7천 원씩을 모아 전달하며 “노동자의 투쟁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시민적 연대의 결실이자,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해 노동자의 생계가 더 이상 위협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노동조합법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여,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노동자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용자 개념의 확대와 단체교섭 의무의 강화는 불합리한 원·하청 구조 개선의 길을 열었다. 다만 원청의 사용자 지위에 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여, 원사업주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또한 개정법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 및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으로 구체화하였다. 이를 통해 해외 공장 건설 등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아울러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규정을 명문화하여 노동자의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진전을 이끌어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수많은 희생과 시민사회의 연대 위에서 이루어진 이번 법 개정을 환영한다. 우리는 ‘노란봉투’에 담긴 연대의 뜻을 기억하며, 이번 법이 노동자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아가야 할 과제이다.


2025년 8월 25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