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1.25. 징계 권고도 없는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10점 만점에 5점이다. 인권위 보고서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조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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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징계 권고도 없는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10점 만점에 5점이다

- 인권위 보고서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조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오늘(2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해 7월 30일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 이후 약 6개월 만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그간 2차 가해자들과 전·현직 상급자 및 동료들에 의해 부정당해왔던 피해자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했다. 피해자는 자신의 업무 외에도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을 대리처방 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하였”으며, “박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성추행을 하는 등의 성폭력을 수년간 감내했다.

비서실에서 일하며 발생하는 성폭력과 성차별노동에 의한 고충에 피해자는 전보를 요청했고, 그 요청은 수년간 반려되었다. 위원회는 해당 사실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또한 “지자체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감독할 상급기관이 없어 당사자의 사퇴 및 형사처벌 외에는 이를 제재할 관련 규정이 없다”고 명시하며, 피해자가 수년 간 서울시 조직 내에서 피해를 피하기 위해 시도한 노력과 그 시도들이 모두 좌절될 수밖에 없던 권력구조에 대해 모두 드러냈다.

이는 피해자의 일관적인 진술 뿐 아니라 박시장의 부적절한 문자를 본 참고인들의 진술, 그리고 피해자 핸드폰의 포렌식 증거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해를 넘겨 이어진 김주명, 오성규 전 비서실장, 민경국 전 인사기획비서관 등 서울시 비서실 상급자들의 피해자 진술 부정과 김민웅, 신승목, 전우용, 진혜원 등 친 정권 인사들의 2차 가해를 생각하면 이번에 인권위가 조사를 통해 피해자의 진술을 사실로 확인한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피해자를 향해 전방위적으로 퍼부어졌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너무도 절실했던 ‘사실 확인‘이다.


그러나 인권위 보고서는 절반짜리 보고서다. 책임자에 대한 징계의 내용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성폭력사건, 4월 성폭력 사건(서울시 비서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묵인 방조 여부에서 인권위는 그저 공무원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매뉴얼 미비를 탓했다. 인권위는 대부분의 고충처리 시스템이 가해자의 성희롱 여부에만 맞춰져 있다고 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서울은 여타의 지방자치단체 시스템보다 지침이 잘 갖춰져 있다.

서울특별시 성희롱 예방지침에는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예방과 2차 피해 발생 시 조치해야 하는 것을 기관장의 책무로 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를 위한 연간 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징계조항에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에게 제10조제1항 각 호의 불이익 조치에 해당하는 추가 피해가 발생한 경우 관련자에 대해 행위자에 준하여 징계 할 수 있으며, 제10조제2항(2차 피해 방지, 피해자 근로권 보호 등) 에 따른 적절한 조치 또는 제10조 제4항에 따른 비밀유지 불이행으로 인한 추가 피해에 대해서도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되어있다.


매뉴얼, 즉 지침은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인권위에 바랐던 것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지침에 따라 전·현직 책임자들에 대해 징계를 권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저 성희롱을 성희롱이라고 말한 것에서 그쳤다. 규명한 죄와 잘못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에는 관행과 안이함이 남을 뿐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한 뼈를 깎는 개선의 노력과 의지는 발현될 수 없다. 그런 서울시에 피해자는 마음 놓고 돌아갈 수 없다.

때문에 박원순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인권위 보고서 결과, 즉 ‘박원순 성폭력은 참이다’ 라는 증명을 바탕으로 2차 가해에 대한 조사와 징계 그리고 박원순 시장의 업무폰 포렌식 수사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추가 수사와 책임자 처벌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2021.01.25.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참고. <서울특별시 성희롱 예방지침>

제15조(징계)

① 시장은 법령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징계 등 제재절차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②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에게 제10조 제1항 각 호의 불이익 조치에 해당하는 추가 피해가 발생한 경우 관련자에 대해 행위자에 준하여 징계 할 수 있으며, 제10조제2항에 따른 적절한 조치 또는 제10조 제4항에 따른 비밀유지 불이행으로 인한 추가 피해에 대해서도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③ 성희롱.성폭력 등을 저지른 자의 행위가 중징계에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0조(피해자 등 보호 및 비밀유지)

① 시장(인사, 복무 등에 관한 권한을 시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자를 포함한다)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자 및 조사 등에 협력하는 자에 대하여 고충의 상담, 조사신청, 협력 등을 이유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파면, 해임,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2.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 조치

3.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

4. 성과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5. 직업능력 개발 및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6.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

7. 그 밖에 피해를 주장하는 자 및 조사 등에 협력하는 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② 피해가 발생한 기관․부서의 장은 피해자와 피해를 주장하는 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행위자와의 업무‧공간 분리, 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근로권 등을 보호하여야 한다.

④ 고충상담원, 인권담당관, 시민인권보호관 등 성희롱‧성폭력 고충과 관계된 사안을 직무상 알게 된 자는 사안의 조사 및 처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 사안 관계자의 신원은 물론 그 내용 등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