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2.01.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 부쳐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바란다. 젠더폭력예방과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여가부를 위해서 여가부 장관의 지위와 인식의 조화를, 인식과 실천의 조화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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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 부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바란다. 

젠더폭력예방과 대응의 콘트롤타워가 되는 여가부를 위해서

여가부 장관의 지위와 인식의 조화를, 인식과 실천의 조화를!


1월 31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기관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시정명령권'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5일 발표한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에 이은 두 번째 조치이다.


시정명령권이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기관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피해 원상회복이나 제도 개선 등 시정권고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으면 여가부 장관이 직접 시정명령을 하는 제도로, 상반기 중에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법'(가칭)을 제정하고, 여기에 시정명령권과 함께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 처분 등의 세부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공공부문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성폭력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가 실효성을 갖지 못하는 맹점을 보완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인 조치라 판단한다.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관이 권고에 따르지 않더라도 인권위는 권고 불수용 이유를 공표할 수만 있을 뿐, 제재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 인권위 권고의 구속력이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련 업무를 전담할 ‘권익침해방지과’를 신설하여 여가부가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이에 더 나아가 여성가족부가 젠더폭력예방과 대응의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정영애 여가부 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이번 조치는 이경옥 전 장관 역시 지난 7월과 11월 추진 계획을 밝힌 조치이다. 일부는 지난 12월에 이미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 대목에서 전임 이정옥 전 장관의 경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장관은 재직 중인 지난 해 11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성폭력을 저지른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보궐선거 비용에 대해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여가부 장관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 같은 인식으로 비판 여론이 빗발치고 급기야 장관직에서 경질되었다. 젠더폭력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예방과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여가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정옥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라기보다는 여가부 장관이라는 공적 지위와 인식의 부조화가 낳은 결과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박원순 전 시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본질과 맥을 같이 한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서울시장이라는 지위와 박원순의 인식이 부조화한 결과 반인권적인 성폭력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정영애 장관에게 당부한다. 지위와 인식이 조화되는, 인식과 실천이 조화되는 여가부가 될 수 있도록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가부가 추진해온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되는 지 실체적 점검을 했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의 신고시스템 안내에 접속했다. 휴대폰을 통한 인증 절차에 따라 신고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신고 이전에 ‘신고전후’ 피해자 혹은 신고자가 비밀보장을 확약 받을 수 있는 특별조치에 대해 안내 받을 수 있는지 상담했으나 실효성 있는 상담을 받지 못했다. 이는 상담원의 문제가 아니라 ‘비밀보장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에서 보여주듯이, 기관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비밀보장이 가장 중요한 전제인데, “최대한 비밀보장”을 약속한다는 조치 이외에 어떤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에게 거듭 당부한다. 여가부의 정책이나 조치가 실질적으로 젠더폭력을 예방할 수 있게 하라. 이번 발표가 가시적인 홍보용으로 우려먹기식의 조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들이 고통 받는 곳에 있는 여가부 장관, 여성들이 원하는 바를 듣는 귀를 가진 장관이 되길 바란다.

 

여성가족부가 출범한지 20년이 넘었다. 그간 여성가족부는 여성 인권향상을 위해 많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호주제 폐지에서부터 성주류화정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법과 제도를 개선해왔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권리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힘써왔다. 특히 반성매매·성폭력법 등 젠더폭력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일상의 성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듯이 권력형 성범죄에도 기탄없이 행동하기 바란다. 

 

 

2021년 2월 1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 여가부 홈페이지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체계’를 통한 운영 모니터링은 2월 1일 진행되었으며 위의 문제제기는 상담원 개인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님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