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1.06 유출무죄 주장하는 남인순 의원은 사전고지는 인정하는가? 여성계를 배신한 남인순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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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유출무죄 주장하는 남인순 의원은 사전고지는 인정하는가? 

여성계를 배신한 남인순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


2020년 7월 8일 오후 4시40분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되었다.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 시스템에 문을 두드린 것이다. 피해자는 수 년 동안 지속적인 위력 성폭력과 사적 노무에 시달리며 인격권과 노동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

피해자는 사력을 다해 유사한 피해를 받아온 여성들의 편에서 선 변호인과 여성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위해 첫 발을 떼었다.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야말로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 피해받지 않을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첫 발은 국가 시스템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소위 “박원순 사람들” 즉, 인맥이라는 밧줄에 꽁꽁 묶이고 말았다. 피해지원 요청을 받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김영순 상임대표는 “박원순의 사람”인 남인순 의원에게 사건을 알리고, 남인순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서울시젠더특보인 임순영에게 사건을 사전 고지시켜 가해자가 사건을 인지하고 증거를 인멸 할 기회를 주었다. 가해자의 증거 인멸의 최후 수단은 가해자의 사망이다.

“시장 직을 걸고 대응”하겠다던 박원순은 “파고를 넘을 수 없어” 자살한 것이다. 만약 남인순 의원이 피해사실과 여성계의 지원 사실을 젠더특보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박원순은 국가 시스템의 절차에 따라 소명의 기회를 보장 받았을 것이며, 피해자는 국가 시스템에 의해 보호되고 법적 판결을 통해 사회적 치유의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의 대표로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의 내면에는 분명 가부장 남성의 실체가 존재했다. 그에 의한 피해를 증언한 피해자를 남인순 의원은 피해호소인으로 호명하며 사건을 축소‧왜곡하기에 급급했다. 위력 성폭력을 저지르고 자살한 서울시장. 사망한 자인 서울시장의 이름으로 거행되는 장례식. 피해 여성에게 위력 성폭력을 행한 서울시가 위력 장례식을 치르는 이 괴이한 장면을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치루는 동안에도 남인순 의원은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서울시장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 해 7월 2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박원순 사건과 관련해 “참담한 마음과 자책감이 엉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처음 입을 뗀 남인순 의원은 당일 회의에서조차 “차기 지명직 최고위원 두 명은 전원 여성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정당 및 정치 전반에 여성 의결권한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계는 수십 년간 피나는 노력을 했고 대표자들을 정치권에 진입시켰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남인순 의원이 아닌가? 비례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재선 삼선의 역량을 갖추었으면서 여전히 당내 입지가 취약함만을 내세우고 있는 작태가 한심하다. 문제는 의결의 양을 넘어 관점이다.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애써 호명하며 남성 가해자에게 조력하는 국회의원이 여성들에게 무슨 쓸모가 있으랴?

검찰의 수사발표로 피해자와 여성단체의 법적 대응에 대한 사실을 사전에 가해자 측에 알린 사람이 남인순 의원이라고 만천하에 밝혀진 후에 남인순 의원은 연락두절 상태이다가 6일 만에 입을 열었다. 자신이 행한 일이 피해자에게 법적 사망선고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 남인순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로 “구체적인 내용이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기에” 단지 “질문한 것"뿐이고 유출은 아니라고 전했다.

‘사전 유출’은 아니고 단지 ‘사전 고지’라고 말하고 있는가? 지금 남인순 의원은 말장난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성계를 대표하라고 달아준 국회의원 금배지. 손톱만한 금을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여성들의 피눈물이 새어나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대표이자 여성계의 대모로 자처하며 민주당의 비례의원으로 당선되어 현재 민주당 여성 몫의 최고위원이자 젠더TF단장인 남인순 의원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도 가장 처참하게 핍박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를 등지고 남성 가해자의 안위를 보살폈던 배신자로 기록되기 전에 국회의원 직을 사퇴해라. 참회의 심정으로 다시 가장 춥고 낮은 곳. 여성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려와라. 이 곳에는 기꺼이 당신을 여전히 동지로 맞아줄 자매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