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0.12.31 친분과 권력이 아닌 여성인권의 편에 서는 단체로 쇄신하길 기대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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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검찰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결과에 부쳐

친분과 권력이 아닌 여성인권의 편에 서는 단체로 쇄신하길 기대한다


어제(30일) 검찰의 발표는 다행이면서도 참담했다. 전날 경찰의 발표 이후 다시금 피해자의 피해사실이 오성규 서울시 전 비서실장에 의해 전면 부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박원순 전 시장이 죽기 전 임순영 전 젠더특보와 비서실장에게 했던 이야기를 공개하여 ‘스스로 자신이 한 일이 범죄가 될 만한 것임을 알고 있었음’이 밝혀졌고, 밝혀진 일부의 진실로도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한편, 고소가 진행되기도 전에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의 대응 움직임을 알게 된 경위에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같은 단체 출신 민주당 여성 정치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2000년대 초, 여성이 직접 정치에 나서야 한다는 기치로 선거제도 개혁 운동과 함께 한국 사회 대표 격인 여성단체 출신의 여성운동가들이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고 민주당 정권에서 정계에 진출했다. 지은희 전 장관, 이미경 전 의원이 그랬고, 김상희, 남인순, 정춘숙, 권미혁, 윤미향 현 의원들이 여전히 그 결과 민주당 안에서 의원직을 맡고 있다.

이번 유출 사건은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의 단독 행동이었다. 그리고 여성단체 대표가 민주당 여성 정치인과 맺고 있던 인맥이 작동했다. 그 인맥은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고발하는 가해자와 그가 속한 민주당 중심으로 작동했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십 수 년 간 여성단체 대표 경력으로 민주당 비례선거에 영입되어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그렇게 형성된 인맥이 여성주의 사회 견인을 위한 정치적 과제 수행의 임무보다 인맥 진영 구축에 이용된 결과를 확인했다.

지난 20여 년 간 고착된 민주당과 여성단체 간의 이해관계 고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는 여성단체의 활동과, 여성단체 출신의 정치인 배출이 얼마나 활발하든 민주당과 남성 권력의 알리바이가 될 뿐 근본적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삶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여성단체의 뼈아픈 각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유출 당사자 뿐 아니라 조직적 쇄신의 과제를 단행할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기성정당과의 이해관계의 고리를 끊고 진정으로 성평등한 세상과 여성의 인권을 위해 복무하길 요청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