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7. 22. ‘여자는 예쁜 게 장땡’은 성희롱이 아니라는 수원지방법원, 성인지 관점을 외면한 퇴행적 판결을 우려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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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여자는 예쁜 게 장땡’은 성희롱이 아니라는 수원지방법원, 

성인지 관점을 외면한 퇴행적 판결을 우려한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공무원 A씨가 제기한 강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여자는 예쁜 게 장땡’, ‘몸매 죽여’ 등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번 판결이 직장 내 성희롱의 본질과 성차별적 권력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항소심에서는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한 책임 있는 판단이 이루어질 것을 촉구한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특정 여성이 아닌 알지 못하는 타인의 외모를 평가한 것이므로 경박하고 저속할 수는 있어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성희롱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직장 내 성희롱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희롱 법리가 보호하는 가치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다.

 

“여자는 예쁜 게 장땡”, “몸매 죽여”와 같은 발언은 단순한 외모 평가가 아니다. 이는 여성의 가치를 능력과 인격이 아닌 외모와 신체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전형적인 성차별적 통념에 기초한 성희롱 언행이다. 여성의 능력과 전문성보다 외모가 여성의 가치와 평가 기준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하고, 여성을 성적 평가의 대상으로 위치시키는 발언이다.

 

특히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성희롱 부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은 특정 개인을 직접 지목했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업무 공간에서 “여자는 예쁜 게 장땡”이라는 발언은 그 공간의 모든 여성 노동자에게 “여성은 외모와 신체로 평가받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여성 일반에 대한 성차별적 평가 기준을 직장 내 여성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이며, 여성 노동자가 자신의 역량보다 외모와 성별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위축감과 불안을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성희롱 여부는 발언의 대상이 특정인이었는지가 아니라, 해당 언행이 조직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고 어떠한 근무환경을 형성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법원 역시 성희롱 판단에서 합리적인 피해자의 관점과 성인지적 관점에 따라 행위의 맥락, 업무상 관계, 조직 내 권력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뿐 아니라, 고용환경 또는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직장 내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서울고등법원 2025. 2. 5. 선고 2024누39680 판결(확정)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넌 여자로 태어난 걸 다행으로 알아라”, “어떤 남자와 결혼하게 될지 궁금하다” 등의 발언을 한 상급자의 행위에 대해, “농담이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이는 성희롱 여부를 표현의 표면적 의미가 아니라 성차별적 통념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조직문화 속 맥락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개별 발언의 문자적 의미와 특정 대상 여부에만 집중해 직장 내 성차별적 조직문화가 여성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외면했다. 더욱이 이 사건은 단순한 하나의 발언으로 평가할 사안도 아니다. 가해자는 “돼지 같은 X”, “너 같은 건 줘도 안 만나” 등 여성 동료를 향한 인격 모독과 성차별적 폭언을 반복했고, 징계 이후 피해자와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피해자가 경험하는 성적 굴욕감과 위축감은 개별 발언 하나가 아니라 반복된 언행과 조직 내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각각의 행위를 분리하여 판단하고,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조직의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성차별이며,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침해하는 인권침해이다. 사법부는 성희롱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개별 표현의 문자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성차별적 통념이 조직문화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고 여성 노동자의 존엄과 평등권을 어떻게 침해하는지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항소심이 특정인을 직접 지목했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직장 내 권력관계, 반복된 성차별적 언행, 피해자가 처한 현실, 성평등한 근무환경 보장이라는 법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한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7월 22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