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성명서2026. 4. 29. 30년 전 성희롱 판례의 출발점이었던 서울대에서 다시 제기된 권력형 성착취 의혹, 대학은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4-29
조회수 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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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30년 전 성희롱 판례의 출발점이었던 

서울대에서 다시 제기된 권력형 성착취 의혹, 

서울대는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1993년 발생한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성희롱이 처음으로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 사건이었다.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성희롱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기준이 확인되었고, 이는 한국 사회가 교육 현장과 직장에서의 성폭력을 인식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역사적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서울대학교에서 다시금 교수와 학생 사이의 성적 관계 및 권력 남용과 관련된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제기된 문제 제기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소속 교수와 제자 사이의 관계, 그리고 이후 분쟁 과정에서의 대응 방식과 관련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해당 사안은 현재 수사와 조사 과정 속에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분쟁으로 축소될 수 없는 문제다. 대학이라는 권력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성적 관계와 그로 인한 갈등은 교육 환경의 공정성과 학생의 권리에 직결되는 공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권력 관계 속에서 제기된 성적 관계 의혹은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대학에서 교수는 학생의 평가권, 추천서, 연구 기회 등 학업과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의 성적 관계가 실제로 얼마나 자유로운 선택에 기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미국의 Title IX(타이틀 나인)는 1972년 제정된 연방법으로, 연방 재정을 받는 모든 교육기관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은 “누구도 성별을 이유로 교육 프로그램에서 배제되거나 혜택을 거부당하거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성희롱과 성폭력 역시 학생의 교육 기회를 침해하는 성차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Title IX(타이틀 나인) 체계에서 대학은 단순히 사건을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성폭력과 성차별로부터 학생의 교육권을 보호할 적극적인 책임 주체로 간주된다. 대학은 신고 절차를 마련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하며,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호 조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또한 성적 괴롭힘이나 권력 남용으로 인해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적대적 교육 환경(hostile educational environment)’으로 보고 대학의 책임을 묻기도 한다. 이러한 기준은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불평등과 학생의 취약성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 내에서 제기된 성적 관계 및 권력 남용 의혹은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와 공적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대학의 책임 있는 대응 없이는 공동체의 신뢰도 무너진다.

성폭력 또는 권력 남용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학의 대응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어떤 태도로 문제 제기에 응답하는지는 그 공동체가 학생의 권리와 안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특히 문제 제기 이후 역고소나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피해를 당한 학생이 심각한 심리적·사회적 부담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거나 대응을 지연한다면, 이는 학생들에게 문제 제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학이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특정 개인을 넘어 대학 공동체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교육 공간에서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대학이 져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조치를 촉구한다.

첫째, 서울대학교는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그 결과를 책임 있게 공개하라.

둘째, 조사 과정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학업과 진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마련하라.

 셋째, 대학 내 권력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적 관계 문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제도 개혁에 즉각 착수하라. 특히 학생의 교육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성폭력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수사기관은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여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30년 전 한국 사회는 대학에서 제기된 성희롱 문제를 통해 중요한 사회적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그 교훈이 여전히 현재의 제도와 문화 속에서 충분히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질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사안이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대학 사회가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교육 환경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서울대학교는 지금 이 질문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2026년 4월 29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