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5. 11. 27. 대통령의 감찰 지시는 사법제도와 권력통제 원리를 훼손한다. — 검사 기피신청·퇴정은 법이 허용한 절차이며 감찰 사유가 아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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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통령의 감찰 지시는 사법제도와 권력통제 원리를 훼손한다.

— 검사 기피신청·퇴정은 법이 허용한 절차이며 감찰 사유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26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이화영 재판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 지시를 밝혔다. 대통령이 자신의 이해와 직접 연결된 재판 담당 검사들을 감찰 대상으로 지목하는 순간, 권력자가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권한을 동원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진다.

 

이화영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 배심원 재판에서 증인의 증언은 사건 판단에 매우 유용하다. 그런데 재판부는 검사 측의 증인 수를 대부분 기각했다. 신문시간도 30분 정도로 제한할 것을 고수했다. 제한된 증인과 제한된 시간의 증인신문으로 평결이 될 경우 사법 신뢰를 높이기 위한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검사측은 재판부의 편파적 판단 가능성과 공정한 증거 심리 진행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사임·퇴정을 요청했다. 이는 피고인뿐 아니라 검사 역시 보장받는 정당한 절차적 권리이며, 공정한 재판을 확보하기 위한 합법적 조치다. 또한 기피신청이 제기되면 재판 진행은 일시 정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검사들의 퇴정이 재판을 방해했다는 주장은 절차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이를 ‘사법 질서 훼손’으로 규정해 감찰을 명한 것은, 법적 판단 이전에 정치적 평가가 개입된 것으로 보이며, 권력분립 원리를 정면으로 흔드는 조치다. 이화영 재판은 대통령 자신이 공범으로 기소되어 함께 재판을 받아온 사건으로, 대통령 취임으로 공소 절차가 일시 중단되었을 뿐 종결된 것은 아니다. 그런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적 이해와 직결된 사건에서 검사 감찰을 지시한 것은, 의도와 무관하게 사적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전형적인 이해충돌 상황이라 할 것이다.

 

이것은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규범’, ‘권력 행사에 대한 자기제한 원칙’, 그리고 ‘형사사법에 대한 권력자의 부당 개입 금지’라는 민주주의 핵심 제도 원리와 직접 충돌한다.

 

대장동 1심 항소 포기 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의 외압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번 감찰 지시까지 더해지자 국민적 신뢰는 급격히 훼손되었다. 이번 감찰 지시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고, 거기서 또 만세까지 부른 격으로, 최소한의 자기 절제조차 보이지 않는 권력 행사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언제나 여성과 소수자에게 가장 먼저, 가장 깊게 도달한다. 권력자의 영향력이 사법으로 미치는 순간, 성폭력 사건, 권력형 범죄, 차별 시정 절차는 언제든 ‘정치적 고려’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 여성주의 관점에서 사법독립은 단지 절차적 가치를 넘어 약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 안전장치이다. 이를 훼손하는 어떤 권력 행사도 성평등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진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어떠한 권력도 사법 정의 위에 군림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2025년 11월 27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