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5. 11. 25. 쿠팡 물류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쿠팡의 반노동 시스템을 규탄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5-11-25
조회수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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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쿠팡 물류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쿠팡의 반노동 시스템을 규탄한다.

 

지속 가능한 노동 없이 지속 가능한 사회는 없음을 경고한다.

쿠팡에서 물류센터 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쿠팡 동탄1센터 식당에서 근무 중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도 쿠팡 측은 언론에 “고인은 최근 석 달간 평균 주당 근로일수는 4.3일”, “주당 40시간 미만 근무”, “지병이 있었다” 등으로 발표하며, 마치 고인의 사망 원인이 개인적 요인에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그러나 고인은 지난 일 년 넘게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심야 노동을 지속해 왔다. ‘아웃바운드’, ‘워터 업무’처럼 심야 시간대에 무거운 물류를 반복적으로 옮겨야 하는 고강도 공정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다. 심야 노동은 30대 청년조차 견디기 어려울 만큼 지속 불가능한 노동이다.

 

그럼에도 쿠팡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노동자의 죽음을 또다시 개인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쿠팡이 지속 가능한 노동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한, 새벽배송을 전제로 한 과로 구조를 전환하지 않는 한, 이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는 노동자이자 소비자이며, 자신의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없는 시스템은 결국 생명까지 소모하게 만든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정치권의 물타기와 노동 경시 발언을 규탄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야간 노동은 비판하지 않으면서 왜 쿠팡만 문제 삼느냐”며, 더 나아가 “나라 기업인 쿠팡을 비판하는 것은 중국계 플랫폼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흐리며, 노동자의 죽음을 정쟁과 이념 프레임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태도이다.

 

첫째, 각 업종의 노동 강도와 위험성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대리운전과 편의점 노동 역시 개선이 필요하지만, 쿠팡 물류센터의 심야 고강도 노동은 반복적 중량물 취급, 작업 속도 압박, 부족한 휴식 등 복합적 위험 구조를 갖고 있어 사망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왔다. 사망이 발생한 지점부터 우선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지, 업종 간 ‘형평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둘째, 노동자의 생명 문제를 ‘중국계 플랫폼과의 경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반노동적이며 비윤리적이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기업의 국적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은 기업 책임 회피를 돕는 것 외에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국적이 기업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셋째, 기업 비판을 외국 기업 이익 프레임으로 봉쇄하려는 태도는 민주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쿠팡은 국내 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노동자의 생명을 반복적으로 앗아가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다. 쿠팡의 문제는 ‘대한민국 기업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이다. 정치권은 물타기와 왜곡 대신, 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쿠팡은 구조적 문제를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 시스템을 구축하라.

쿠팡은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혁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첫째, 심야·고강도 노동 축소 및 교대제 전면 개편을 시행하라. 야간 노동 비중을 줄이고 새벽배송 중심 운영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며, 충분한 휴식시간과 적정 인력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업무 강도와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라. 고강도 공정에 대한 정기적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노동강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과부하가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중단·조정해야 한다.

셋째, 노동시간 상한 및 연속 근무 제한을 강화하라. 강제 휴무제 도입, 주간 노동시간 상한 설정 등 실질적 노동시간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비정규직 중심의 운영 구조를 개선하고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화하고, 외주·계약직의 건강권·휴식권을 직접고용 노동자 수준으로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건강권 보호 체계를 강화하라. 정기 건강검진 확대, 건강 이상 시 저강도 업무 전환, 휴게시설 및 냉난방 환경 개선 등 기본적 안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노동자·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 감시기구를 설치하라. 모든 중대재해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조사로 전환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일곱째, ‘빠른 배송’ 중심의 과로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라. 배송 속도보다 노동자 안전을 우선하는 새로운 경영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쿠팡이 노동자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쿠팡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에 놓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구조적 개선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노동 없이 지속 가능한 사회는 없다.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한 기업 경쟁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5년 11월 25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