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2.05.17. 강남역 6번출구 여성살해사건 6주기에 부쳐 - 성차별정치 성폭력 정당에 기대할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2-05-17
조회수 425


[입장문] 강남역 6번출구 여성살해사건 6주기에 부쳐

성차별정치 성폭력정당에 기대할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부근 노래방 건물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 김 모 씨가 처음 보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 씨는 피해 여성보다 앞서 들어왔던 남성 6명은 그대로 내보낸 뒤 범행 했다. 여자라는 성별을 특정해서 살해한 것이다.

 

경찰조사에서 살인자 김 모 씨는 “여자가 날 무시해서”라며 범행 동기를 말했다. 당시 프로파일러가 투입되어 살인자에 대한 면접조사가 이루어졌는데, 범인의 생애 과정에서 특별히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바 없었음에도, 그는 자신의 불안 분노의 원인을 여성으로 돌리며 범행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증오심을 내면화 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여성살해’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후 성차별과 성폭력이 착종 된 여성혐오 범죄가 온‧오프라인을 넘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조롱하고 혐오하는 등 마치 놀이나 문화처럼 횡행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잇달아 일어났다. 여성의 일상과 신체 섹슈얼리티를 폭력적으로 통제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불법촬영‧유통의 성착취 카르텔을 폭로했다. 혜화역에서 광화문으로 여성들의 붉은 시위가 한낮의 폭염을 뚫고 정치권을 흔들었다.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들이 스스로 나서서 폭력의 가해자를 추적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가열 찬 여성들의 투쟁에 놀란 문재인 정부는 연이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불법촬영 근절을 위한 정책적 조치, 새로운 정부 기구의 설치 등 여성인권향상을 위한 조치들을 내놓았다. 느리지만 중단 없는 조치들이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정치권 성폭력사건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정치권 내에 자리 잡고 있던 성차별과 성폭력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부산 등등 전국 곳곳에서 위력을 행사하던 단체장에 의한 구조적인 성폭력의 추악한 면모에 온 국민이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유래 없는 신조어를 운운하며 변명과 꼬리 자르기에 연연하다가 재보궐 선거로 국민의 심판을 받고 나서야 고개를 숙였다.

 

현실이 이러한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으로 여성들을 경악케 했다. 첫 인선부터 대통령답지 못했다.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윤재순은 검사 재직 시절 두 차례나 여성에 대한 추행 성희롱으로 인사처분을 받은 자이다. 자신이 지은 시를 통해 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드러낸 자이다. 성폭력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미화한 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 35차례나 언급했던 자유가 이런 것인가? 남성은 성폭력을 자행해도 되는 자유라도 있단 말인가? 윤재순 총무비서관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통치권자의 이와 같은 태도는 ‘성폭력을 해도 능력만 있으면 무방’하다는 승인의 효과를 준다.

 

행정부뿐이랴? 정부여당의 당대표가 된 이준석의 성상납 문제 역시 참으로 개탄스럽다. 전도유망한 청년 정치인의 행태가 어찌 이다지도 그 자신이 비판했던 전 세대 남성정치인과 유사한가. 여성의 성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거래하는 대가로 이용한 불법적 행위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가 자당의 윤리위에 회부되어 있는 당대표라니. 부끄러움을 잃은 자들의 정치적 행보에 국민들은 말을 잃을 지경이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에 이어 드러난 박완주 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의 성폭력 사건 역시 충격적이다. 여성 보좌관에게 위력 성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피해자에 대한 강제 면직조치까지 주도한 악랄한 행태가 벌어지는 동안 민주당은 무엇을 했는가? 지방선거에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하여 서둘러 제명조치하고 나면 그만인 것인가? “박완주를 제명했으니 윤재순을 파면하라”는 정치적 거래에 여성을 유인하는 것이 정치효능감이라고 왜곡하는 여성정치인은 더 이상 여성의 편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 16일 정의당의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에 의해 폭로된 정의당 내 성폭력 사건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지경이다. 강민전 전 대표에 대한 “갑질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에 “자살 위기”까지 이르게 된 여성정치인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한 협박 등으로 성폭력을 자행한 당직자. 강민전 전 대표가 당한 성폭력 사건은 녹색당 전 공동위원장 신지예 씨가 당한 성폭력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여성 정치 리더에게 행해지는 배제와 협박이 성폭력의 환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의 중심에 정당이 있고 정치의 통합체인 정부가 있다. 정부·정당에서 활동하는 공무원이나 여성정치인, 보좌관 당직자 등이 성차별과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나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당 모두 자유, 민주, 평등, 평화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대할 정치적 비전도 없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발생한지 6년, 여성혐오에 맞서 포스트잇 운동으로, 광장의 시위로, 정치세력화의 주체로 나서기 위해 젊음과 열정을 다하는 여성들이여. 여성정치인들이여. 남성중심적인 기성 정당을 통해 여성의 정치적 이해와 미래를 실현할 수 없음을 직시하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첫째 혐오정치 배제, 둘째 성차별정치 타파, 셋째 성폭력 근절. 이 세 가지의 기준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과 개인이 함께 평등정치를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남성중심의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끝장내고 성평등의 정치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나가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6월 항쟁 기념일인 6월 10일 반혐오 · 반차별 · 반폭력 정치세력화를 위한 온라인 정치포럼을 제안한다.

 

2022.05.17.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