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성명서2026. 8. 31. 성폭력 재판은 감정 연출의 무대가 될 수 없다. 권력형 성폭력의 구조적 특성을 외면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 뮤지컬 배우 남경주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회부에 부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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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성폭력 재판은 감정 연출의 무대가 될 수 없다.

권력형 성폭력의 구조적 특성을 외면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 뮤지컬 배우 남경주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회부에 부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엄기표)는 피감독자간음 혐의로 기소된 배우 남경주 사건을 피해자 측이 반대 의사를 표했음에도 국민참여재판으로 회부하였다. 심지어 재판부가 피고인 측에 “전공을 살려 뮤지컬을 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성폭력 사건의 본질과 재판의 엄중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결정이다. 특히 피감독자간음 혐의가 다뤄지는 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위계와 영향력, 그에 따른 자유의 제약과 관계의 구조를 면밀히 살피는 것은 재판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대중적 인지도를 고려한 듯한 발언과 절차 진행은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권력관계의 문제를 희석시키고, 재판 자체가 피고인의 이미지와 감정적 호소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법정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은 범죄의 성립 여부이며, 그 판단은 엄격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피감독자간음 사건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존재했던 지위와 관계, 업무상·사회적 영향력, 피해자의 의사 형성에 영향을 미친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공개적인 법정에서 대중적 인지도와 직업적 이미지가 피고인에 대한 인상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통념이 배심원의 판단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재판부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성폭력 사건에서는 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피해자의 행동과 진술을 둘러싼 성별 고정관념이나 이른바 ‘피해자다움’에 대한 편견이 사실인정에 부당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재판부의 중요한 책무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 측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인한 2차 피해와 심리적 부담을 강하게 호소했음에도 이를 충분히 고려했는지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은 피해자의 인격권과 안전하게 재판에 참여할 권리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되어서는 안 된다. 두 권리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함께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 권리다.

 

그러나 재판부가 공판준비 과정에서 피고인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뮤지컬 활동을 언급한 것은 적절했는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 성폭력 혐의가 심리되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직업적 경력이나 대중적 이미지가 사건의 실체적 판단과 혼재되어서는 안 된다. 법정은 피고인의 인간적 매력이나 사회적 성취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며, 피해자의 고통을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피고인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공간도 아니다.

 

이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재판부가 성폭력 사건에 내재한 위계와 권력관계의 구조적 특성을 외면하지 않고, 피고인의 유명세와 사회적 지위가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엄격하고 공정하게 심리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피해자의 2차 피해와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피해자의 진술과 행동을 ‘피해자다움’이나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재단하지 않으며, 오직 객관적인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판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법정은 유명인의 명성과 연기력을 검증하는 장소가 아니며, 피해자의 침묵과 고통을 다시 시험하는 공간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공정한 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존엄과 안전, 그리고 권력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함께 보장될 때 비로소 성립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사법부가 성폭력 사건에 내재한 권력관계와 2차 피해의 위험을 엄중히 인식하고, 어떠한 사회적 지위와 유명세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법과 증거에 따른 재판을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8월 31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