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성명서2026. 6. 2. 거대 양당의 성평등 공약 실종과 위장 공천을 심판하고, 지속가능한 정치의 미래를 선택하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6-02
조회수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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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거대 양당의 성평등 공약 실종과 위장 공천을 심판하고, 지속가능한 정치의 미래를 선택하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막이 내리고 있다. 지방선거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정치에 반영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6·3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고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의 장이 되기보다, 거대 양당 중심의 패권 정치 속에서 성평등 의제가 실종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된 채 치러졌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남겼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과 권리가 외면된 이번 지방선거의 현실을 엄중히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여성정책을 출산과 돌봄 중심으로 협소화하고 성평등 의제를 후퇴시킨 정치권을 비판한다.

최근 한국성인지네트워크의 공약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여성 관련 공약은 출산 장려와 돌봄 지원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성주류화 정책이나 구조적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비전은 사실상 부재했다.

여성은 돌봄의 대상이나 수단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동등한 시민이다. 그럼에도 거대 정당들은 여성을 여전히 출산과 돌봄의 역할에 가두고 있으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실질적 정책과 제도 개선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여성을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구조적 성불평등 해소를 위한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여성 의무공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형식적 공천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

여성 의무공천 제도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민주주의 장치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서울 강동구 나선거구의 더불어민주당, 성남시 수정구 가선거구의 국민의힘은 여성 후보를 추가 공천한 직후 사퇴시키는 방식으로 제도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여성 후보를 형식적 요건 충족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에 다름 아니며, 완주의 의사가 없는 후보 등록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권마저 왜곡한 행위이다. 각 정당은 위장 공천을 중단하고 여성의 실질적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책임 있는 공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여성을 선거의 들러리로 소비하고 사적 위계를 강요하는 낡은 정치문화를 규탄한다.

국민의힘 강기윤 창원시장 후보 캠프 등에서는 여성 선거운동원들에게 불필요한 복장과 춤을 요구한 사례가 알려졌다. 선거운동원은 민주주의의 주체이자 노동자임에도, 그 노동이 정책 전달이 아닌 시각적 볼거리로 소비된 현실은 정치권에 남아 있는 성차별적 인식을 보여준다.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 역시 문제다. 최근 정청래 당대표와 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아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도록 요구한 사례는 단순한 친근감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나이가 어린 여성을 사적 관계의 위계 안으로 위치시키려는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공적 공간에서 드러난 사례이다.

특히 공적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사적 친밀성을 전제한 ‘오빠’라는 호칭을 요구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특정 관계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갖는다. 공직 후보자와 정치 지도자는 공적 언어가 지닌 권력 효과를 인식해야 하며, 유권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는 민주주의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넷째, 경쟁과 검증이 실종된 무투표 당선의 확산은 지방자치의 위기를 보여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무투표 당선 사례가 속출하였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전과 7범 후보가 별다른 검증과 경쟁 없이 무투표로 당선되는 사례까지 발생하였다.

민주주의는 경쟁과 검증, 그리고 시민의 선택을 통해 작동한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공천권만 남게 된다. 여성 후보를 형식적으로 활용하는 위장 공천과 무더기 무투표 당선은 모두 거대 정당 중심의 폐쇄적 정치구조와 기득권 독점 체제가 낳은 결과이다.


다섯째, 패권주의에 기대는 야합 정치를 심판하자.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거대 양당의 패권주의와 이에 조력하며 기득권 독점 체제를 온존시키는 정치 세력들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와 심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양당 중심의 정치 질서에 편승하여 독자적 정치 비전과 가치 경쟁보다는 정치적 연대와 선거공학에 의존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반복되었다.

보궐선거 당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 의사를 밝힌 조국혁신당,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정치적 역량을 집중해 온 진보당, 민주당과의 정치적 공조를 통해 존재감을 확보해 온 기본소득당 등은 거대 양당 체제를 견제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정치 세력의 경쟁과 시민의 실질적인 선택권 위에서 발전한다. 그러나 거대 정당과 주변 정치 세력이 상호 의존적 관계를 형성하며 정치적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성장하기 어렵고, 시민의 선택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성 정치권이 짜놓은 카르텔을 깨뜨리지 않는 한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구조적 성차별의 고착, 지방자치의 소멸이라는 위기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제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의 패권주의와 이에 기대어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세력들의 야합 정치를 단호히 심판하고, 성평등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정치적 대안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성평등과 사회적 다양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제안한 정당과 후보들에 주목한다. 

성평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여성의당, 여성노동자와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제안한 노동당, 가장 폭넓은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 정의당,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비전을 제시한 녹색당,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소수자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해 온 탈시설장애인당(當) 후보들의 노력은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여성과 약자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민주주의를 형식화하는 정치가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천하는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26년 6월 2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