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성명서2026. 6. 1. 익명의 ‘광주 여고생’이 아닌 17살 이채원을 기억한다. 여성혐오 범죄 근절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6-01
조회수 540

4a943bbc4f1ef.png


[성명]

익명의 ‘광주 여고생’이 아닌 17살 이채원을 기억한다.

여성혐오 범죄 근절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난 5월 5일 새벽,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17살 고등학생 이채원 양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 장윤기가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해 사람을 살리는 이타적인 삶을 살고 싶다던 꿈 많은 청소년의 생명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폭력적으로 지워졌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고(故) 이채원 양의 명복을 빌며, 헤아릴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딸의 이름과 얼굴을 세상에 공개한 유족의 결단에 깊은 연대와 애도를 표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무동기 범죄가 아니다. 살해범 장윤기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통제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거리로 나와 불특정 여성을 표적 삼아 살해했다. 이는 여성을 동등한 인간이 아닌, 통제 가능한 사물이나 분풀이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가 바탕이 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다. 성폭력과 스토킹을 일삼던 범죄자가 활보하며 또 다른 여성의 목숨을 앗아갈 때까지, 국가의 치안 시스템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언론과 사회는 더 이상 고인을 이름 모를 ‘광주 여고생’이라는 익명의 기호 뒤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17살 고등학생 이채원의 이름을 똑바로 기억할 것이다. 또한 사법당국은 성폭력·스토킹 범죄자이자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살해범 장윤기를 법이 허용하는 한 최고형으로 엄벌해야 한다. 그것이 무고하게 희생된 고인과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범죄자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의 시작이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끔찍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 치안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범죄 징후가 있는 스토킹과 성폭력에 대한 초기 대처를 강화하고, 여성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라.

 

나아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 여성을 통제 가능한 사물로 인식하는 사회 문화적 시그널을 금지하는 제도화가 시급하다. 그 첫걸음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다. 구조적 혐오와 차별을 용인하는 사회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의 이채원을 막을 수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누구나 차별과 폭력 없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사람을 구하고자 했던 이채원 양이 못다 이룬 ‘이타적 삶’의 숭고한 뜻을 우리 사회가 이어가는 길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채원 양의 이름을 기억하며, 여성들이 안전한 세상, 혐오와 폭력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2026년 6월 1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