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논평2026. 4. 30. 법원 침탈의 현장을 기록한 정윤석 감독의 용기를 유죄로 단죄한 대법원의 판결은 불의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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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법원 침탈의 현장을 기록한 정윤석 감독의 용기를 

유죄로 단죄한 대법원의 판결은 불의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해 7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초유의 법원 침탈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이유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을 침탈자로 몰아세운 검찰을 규탄하고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오늘, 역사적 현장을 기록하려 했던 정 감독의 소명의식을 외면한 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감독에 대한 직접 조사 한 번 없이 기소를 강행했으며, 불의를 기록하는 카메라를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하여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씌웠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민주주의의 보루가 무너지는 현장을 기록하는 것은 사회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일이었으며, 동일한 현장을 보도한 취재진은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끝내 기록자의 카메라를 위법한 침입의 도구로 낙인찍었다.

 

다큐멘터리의 생명은 현장성이다. 전쟁터와 참사의 현장을 마다하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려 하는 창작자의 용기가 없다면 역사는 증거 될 수 없다. “예술가의 용기가 유죄가 되면 어떤 창작자도 진실을 마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 감독의 호소는 오늘날 한국 사법부의 편협한 법 해석 앞에 좌절되었다.

 

표현과 예술의 자유가 타인의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재판부의 논리는 결과적으로 기록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칼날이 되었다. 불법을 기록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행위가 불법이 된다면, 향후 권력의 횡포나 사회적 격변의 현장에서 누가 감히 카메라를 들 수 있겠는가. 법이 지켜야 할 시대의 양심과 기록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 이번 판결은 사법 역사에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법의 칼날을 잘못 휘두른 검찰과 그에 동조하여 상식과 정의를 외면한 사법부를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비록 유죄가 확정되었을지라도,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 모든 창작자의 용기와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2026년 4월 30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