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덕여대 학생들의 공학전환 반대 결정을 지지한다
성차별 사회에서 ‘여대’의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동덕여대의 창립 취지는 ‘여성 교육’을 통해 ‘나라를 세우자’이다. 동덕여대 개교 이래 74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의 눈부신 발전과 교육환경 변화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성평등 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유리천장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역시 한국이다. 경제·정치 분야의 최고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 비율은 평균 5~20%에 머물러 있다. 고등교육기관인 4년제 대학의 경우, 여성 총장의 비율은 7%에 불과하고 여성 교육 비율도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비율 역시 25%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강력범죄 피해자의 86%가 여성이다. 스토킹 범죄에서부터 딥페이크 성범죄까지 여성을 향한 일상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여전히 여성에게는 차별과 폭력의 위협이 내재된 사회에서 성차별이 아닌 성평등의 학문을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여대‘도’ 필요하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여대’를 선택해서 입학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대’는 여성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했다. 그 결과, 학문 과정에서 성차별로 제한받거나 성역할로 왜곡된 경험으로부터 자유롭게 학문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다. 여대생에 대한 왜곡된 사회의 시선에도 빛나는 학문적 성취와 리더십으로 동덕여대의 창립 취지에 맞게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에 기여했다.
오늘 동덕여대 학생총회에서 ‘공학전환’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표결에 참여한 재학생은 1,900여 명이다. 공학전환 건엔 1,973명, 총장 직선제 건엔 1,933명이 참여했다. 학칙에 따른 개회 정족수 650여 명을 넘어 재학생 6,564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참여이다. 투표 결과, 공학전환 안건은 1,973명 중 찬성은 0명, 반대는 1,971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되었다. 학생들의 뜻은 분명하게 천명되었다. 대학 측은 이러한 학생들의 뜻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기에 총학생회 등 학생을 배제한 채 ‘공학전환’을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동덕여대 총장 이하 대학 측은 학생들의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비민주적 운영 행태에 사과하고 ‘공학전환 무효’를 공표해야 할 것이다.
저출생 현상을 공학전환으로 호도하지 말라
동덕여대 대학 측은 학령인구 저하를 이유로 ‘공학전환’을 논의했다고 한다. 학령인구 저하는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 저출생과 관련된 문제이다. 여성 학령인구만 유독 저하되어서 여대에 입학할 여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 저출생 현상으로 발생한 학령인구 저하 문제를 ‘여대’의 정체성 문제로 호도해, 문제의 ‘원인’을 관련 없는 ‘여성’에게서 찾는 것은 차별적 시각이다. 학령인구 저하 문제는 ‘여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서 고려해야 할 새로운 상황의 문제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공학전환’을 둘러싼 문제에서 대학의 주체이자 권리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지지를 보낸다. 분쟁의 책임이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대학 측에 있음을 확인한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학생들의 분노와 표출된 의사표현을 두고 폭력 세력으로 낙인찍는 태도는 일부 행위로 본말을 전도하는 처사다.
개혁신당은 여대에 대한 ‘훈수’를 멈춰라
동덕여대 학생들이 여성 교육에 대한 정체성에 입각해 목소리를 내자, 남초사이트에는 동덕여대 학생들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조장하는 글들이 베스트게시글이 되고, 혐오주의자들은 ‘테러 위협’을 했다. 이러한 현실은 오히려 동덕여대가 존립, 발전해야 할 이유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나 이기인 최고위원은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두고 “비문명”이니 “망상적 테러”니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 당국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성인지감수성이 우려되면 ‘여경’을 투입하라는 훈수를 두고 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무지함에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성인지감수성은 성별에 따라 처한 상황의 다름을 인지하여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고도의 행정 통제력을 가진 대학 측은 학생 측을 대표하는 총학생회를 배제했고, 학생들은 흩어진 개인으로 맞서는 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 ‘법’과 ‘경찰’ 운운하며 성인지감수성을 가져다 붙이는 수준이 개혁신당의 정체성임을 확인하는 바이다.
대학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 학생이 빠질 리 없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분노는 이 지점에서 나오는 것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대학 측에 일방적인 ‘공학전환 논의’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여러 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약속된 면담조차 회피했다. 동덕여대 대학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자 비민주적 행태에 불안감을 느낀 총학생회가 ‘공학전환 논의 무효화’를 요구한 것이다.
한때 30개교에 달했던 한국의 ‘여대’는 현재 14개 학교로 줄었다. 동덕여대를 비롯해, ‘여대’의 ‘공학전환’은 대학 정체성과 관련된 중대한 결정이다. 논의와 의사결정에 대학의 한 주체인 학생들 의사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대학의 정체성과 관련해 논의에 학생 참여를 배제하려는 대학 측의 태도는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2024년 11월 20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논평] 동덕여대 학생들의 공학전환 반대 결정을 지지한다
성차별 사회에서 ‘여대’의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동덕여대의 창립 취지는 ‘여성 교육’을 통해 ‘나라를 세우자’이다. 동덕여대 개교 이래 74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의 눈부신 발전과 교육환경 변화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성평등 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유리천장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역시 한국이다. 경제·정치 분야의 최고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 비율은 평균 5~20%에 머물러 있다. 고등교육기관인 4년제 대학의 경우, 여성 총장의 비율은 7%에 불과하고 여성 교육 비율도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비율 역시 25%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강력범죄 피해자의 86%가 여성이다. 스토킹 범죄에서부터 딥페이크 성범죄까지 여성을 향한 일상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여전히 여성에게는 차별과 폭력의 위협이 내재된 사회에서 성차별이 아닌 성평등의 학문을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여대‘도’ 필요하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여대’를 선택해서 입학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대’는 여성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했다. 그 결과, 학문 과정에서 성차별로 제한받거나 성역할로 왜곡된 경험으로부터 자유롭게 학문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다. 여대생에 대한 왜곡된 사회의 시선에도 빛나는 학문적 성취와 리더십으로 동덕여대의 창립 취지에 맞게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에 기여했다.
오늘 동덕여대 학생총회에서 ‘공학전환’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표결에 참여한 재학생은 1,900여 명이다. 공학전환 건엔 1,973명, 총장 직선제 건엔 1,933명이 참여했다. 학칙에 따른 개회 정족수 650여 명을 넘어 재학생 6,564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참여이다. 투표 결과, 공학전환 안건은 1,973명 중 찬성은 0명, 반대는 1,971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되었다. 학생들의 뜻은 분명하게 천명되었다. 대학 측은 이러한 학생들의 뜻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기에 총학생회 등 학생을 배제한 채 ‘공학전환’을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동덕여대 총장 이하 대학 측은 학생들의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비민주적 운영 행태에 사과하고 ‘공학전환 무효’를 공표해야 할 것이다.
저출생 현상을 공학전환으로 호도하지 말라
동덕여대 대학 측은 학령인구 저하를 이유로 ‘공학전환’을 논의했다고 한다. 학령인구 저하는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 저출생과 관련된 문제이다. 여성 학령인구만 유독 저하되어서 여대에 입학할 여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 저출생 현상으로 발생한 학령인구 저하 문제를 ‘여대’의 정체성 문제로 호도해, 문제의 ‘원인’을 관련 없는 ‘여성’에게서 찾는 것은 차별적 시각이다. 학령인구 저하 문제는 ‘여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서 고려해야 할 새로운 상황의 문제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공학전환’을 둘러싼 문제에서 대학의 주체이자 권리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지지를 보낸다. 분쟁의 책임이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대학 측에 있음을 확인한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학생들의 분노와 표출된 의사표현을 두고 폭력 세력으로 낙인찍는 태도는 일부 행위로 본말을 전도하는 처사다.
개혁신당은 여대에 대한 ‘훈수’를 멈춰라
동덕여대 학생들이 여성 교육에 대한 정체성에 입각해 목소리를 내자, 남초사이트에는 동덕여대 학생들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조장하는 글들이 베스트게시글이 되고, 혐오주의자들은 ‘테러 위협’을 했다. 이러한 현실은 오히려 동덕여대가 존립, 발전해야 할 이유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나 이기인 최고위원은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두고 “비문명”이니 “망상적 테러”니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 당국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성인지감수성이 우려되면 ‘여경’을 투입하라는 훈수를 두고 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무지함에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성인지감수성은 성별에 따라 처한 상황의 다름을 인지하여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고도의 행정 통제력을 가진 대학 측은 학생 측을 대표하는 총학생회를 배제했고, 학생들은 흩어진 개인으로 맞서는 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 ‘법’과 ‘경찰’ 운운하며 성인지감수성을 가져다 붙이는 수준이 개혁신당의 정체성임을 확인하는 바이다.
대학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 학생이 빠질 리 없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분노는 이 지점에서 나오는 것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대학 측에 일방적인 ‘공학전환 논의’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여러 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약속된 면담조차 회피했다. 동덕여대 대학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자 비민주적 행태에 불안감을 느낀 총학생회가 ‘공학전환 논의 무효화’를 요구한 것이다.
한때 30개교에 달했던 한국의 ‘여대’는 현재 14개 학교로 줄었다. 동덕여대를 비롯해, ‘여대’의 ‘공학전환’은 대학 정체성과 관련된 중대한 결정이다. 논의와 의사결정에 대학의 한 주체인 학생들 의사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대학의 정체성과 관련해 논의에 학생 참여를 배제하려는 대학 측의 태도는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2024년 11월 20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