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5.14.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한 좌천성 인사는 재량권의 행사가 아니라 직권남용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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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한 좌천성 인사는 재량권의 행사가 아니라 직권남용이다


오늘 법원은 서지현 검사가 보복성 인사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해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보복 인사를 지시한 것이 상당히 의심되지만 검사 인사의 재량권 밖에 있지 않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오늘 법원의 판결은 위력을 가진 자가 위력을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한 보복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에 다름 아니다. 


2010년 10월,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법무부장관 수행 차 방문한 부친상을 당한 한 검사의 장례식장에서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한 뒤, 서지현 검사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시킨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 안태근과의 관계와 2015년 하반기 검사 인사안, 관련 형사사건 항소심 판결 등의 결과를 비춰보면 안태근이 담당 검사에게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보복성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인정했다. 


실제 서지현 검사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힌 2018년 1월, 이미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7년이 지난 때여서 기소를 할 수 없었고, 보복성 인사를 직권남용죄로 기소한 건에 대해서 형사 소송 1심과 2심에서는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 해 1월, 이미 유죄로 인정한 건에 대해 대법원이 “인사권자는 법령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전보인사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상당한 재량을 갖는다.”라면서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다시 전보한 사정만으로 검사인사 원칙·기준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이전의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오늘 민사 1심 법원은 ‘보복의 의도’는 상당히 의심되나, ‘보복에 사용한 위력이 권한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논리를 다시 한 번 반복하며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그가 속해있던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었다는 서지현 검사의 주장을 기각시킨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직권을 남용하다’라는 말을 ‘권리나 권한 따위를 본래의 목적이나 범위를 벗어나 함부로 행사하다’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법원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검찰국장으로서의 자신의 권리나 권한을 검사조직의 발전과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문제제기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사발령 했다는 데 상당히 동의하는가. 그럼, 그것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다. 권리나 권한의 ‘범위’만이 아니라,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의도를 가지고 행사하는 것 또한 직권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형사법원에 이어 오늘 민사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사적 의도를 가지고 공적 권한 안에서 행사한 것은 정당하다고 인정해 준 것이다. 직권이 가진 위력을 빌미로 숱하게 벌어지는 성폭력과 갑질에 스러져가는 현실에서 오늘의 판결은 답답한 가슴을 더욱 옥죄게 한다. 

부디, 2심 재판부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사법부의 사회적 역할을 인지하고 ‘직권남용죄’가 제정된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지 않은 판결을 하길 바란다. 그저 죄에 걸맞은 합당하고 공정한 판단, 그것이 피해자 회복의 시작이다.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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