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이슈픽2021.02.26 이름에 먹칠할 짓을 했으면 명예가 훼손되는 것이 정의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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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픽] 이름에 먹칠할 짓을 했으면 명예가 훼손되는 것이 정의다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규탄하며

 

25일, 헌법재판소는 사실을 말해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도 죄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형법 307조 제1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법소원 결정은 2017년 치료를 받은 후 실명위기에 처한 반려견의 주인이 해당 병원 수의사의 의료행위를 SNS로 고발하려하다가,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헌법소원을 청구한 결과다.


우리는 보통 억울하고 부당한 상황으로부터 사회적으로든, 법적으로든 구제받아야 할 상황이 있을 때 고발을 한다. 그러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불평등한 구조로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만으로도 죄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많은 피해자들을 숨죽이고 침묵하게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악법이기도 하다. 실제 2018년, 성신여대 한 교수는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한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으며, 광주의 한 사립고에서는 스쿨미투를 했던 학생을 사립학교 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이름에 먹칠할 짓을 했으면 명예가 훼손되고 다시는 그럼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그 책임은 사실을 밝힌 고발자가 아니라, 명예가 훼손될만한 행위를 한 사람의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이미 박원순 사건으로부터 고인의 명예를 내세워 명백한 사실을 어떻게 부정하고 왜곡하는지, 그로 인해 살아있는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억압하는 지를 목격하고 있다. 사회정의를 위한 노력과 용기를 내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행위를 죄라고 명시하는 사회, 그러한 법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결한 헌법재판소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헌법은 권력자의 명예가 아닌 모든 사람의 평등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헌법에 명시된 모든 사람들의 존엄한 권리를 위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사실과 정의 곁에 함께 할 것이다.

 

2021.02.26.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