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6.29.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추미애 전 장관에게 묻습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6-29
조회수 170


[논평]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추미애 전 장관에게 묻습니다

1.

추미애 전 장관님이 말씀하신대로 말의 맥락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된 발언이 나온 방송에서 방송인 노정렬 씨는 ‘이준석 대표가 반페미니즘 정서를 형성해서 정치를 하는 것도 잘못인데 정의당류의 극단적 페미니즘도 잘못인 것 같다. 추미애 장관이 생각하시는 정상적인 여성주의와 남녀평등 시대를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라고 물었고, 문제가 된 발언은 그에 대한 대답 과정에 나왔습니다.

애초에 질문에 질문을 했어야 했습니다. 당신이 ‘정의당류의 극단적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냐, ‘왜 그게 잘못이라 생각하느냐’, ‘당신이 상정하는 정상적인 여성주의란 무엇이냐’, ‘성평등이 아닌 남녀평등이 맞느냐’고 말입니다. 진행자의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전제에 모두 동의하여 답변을 이어가신 것이라면, 추 장관님이 여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아무리 부단히 노력해도 그 끝은 성차별 사회일 뿐일 것입니다.

 

2.

추 전 장관님이 문제 삼은 것은 ‘남성 배제적 “페미의 극단화”’라고 하셨는데요. 문제가 된 발언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사회 남녀평등의 기원으로 동학과 제주 4.3을 언급하며, 그 역사적 계몽 정신을 이어받은 민주당에 자신이 영혼을 심은 이유는 자신도 동학 교주가 노비를 입양하여 평등 사회를 실천한 것과 같이, 남녀평등을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뒤이어 설명한 추 전 장관님이 남녀평등을 위해 채택한 삶의 실천 방법이 이렇습니다. ‘여자라고 꾀를 부리거나 핑계를 대거나’ 하는 대신 ‘전문성을 기르고, 최선을 다하’는 것, “여자니깐 뭐 먼저 내빼고 이게 아니고”, “항상 가정의 핑계 많을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공적 영역에 나왔으면 사적 이유와 사정이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공적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걸 강조 해왔”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과정에서 “꽃처럼 이렇게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항상 여자를 장식일 수밖에 없다. 내가 그걸 안하고 개척해나가야지만 여성도 남자와 똑같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지요.

그리고는 여자만 헌신하는게 아니라 남자도, 아빠도 헌신하고 있고, “여성이 여성 권리를 찾겠다가 아니라 남성이 불편하니까, 우리 남녀 똑같이 합시다. 이렇게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이야기 하며 “페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이런 발언을 서슴없이 한 추 전 장관님은 얼마 전 통계청의 발표를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 한 해 발생한 무임금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490조 원에 달하며, 그 중 72.5%가 여성의 몫이었다는 발표 말입니다. <직장내 성희롱은 왜 발생하는가>라는 연구(송민수, 2018)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나이가 어릴수록, 미숙련 노동자일수록’ 성희롱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 하며, ‘성희롱 경험자들은 두통, 복통, 호흡곤란, 불안장애, 전신피로, 수면장애 등의 건강 문제를 더 많이 경험’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추 전 장관님이 ‘꾀를 부리거나’, ‘핑계를 대는 거’라고, ‘사적 이유’와 ‘사정’이라고, ‘꽃처럼 대접받기를 원한다’고 폄하한 바로 그 일과 관련된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여성들이 ‘전문성을 기르고 최선을 다하’여 ‘공적영역’에 기여하는 것을 막습니다. 아이든 부모든, 집이든, 학교든, 마을이든 돌보는 노동은 대부분 여성에게 부과됩니다. 직장에서 꽃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는데 어떤 능력을 발휘해도 꽃으로 보고 성희롱과 성폭력의 대상이 됩니다. 몸과 마음에 각인된 폭력의 경험은 사람을 질병에 들게 하고, 아프게 합니다.

오늘날 여성은 여전히 전 생애 걸쳐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가정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채용과 승진, 해고 과정에서도 차별을 겪습니다. 돌봄의 대상이 있을 때 가족과 사회로부터 오는 책임과 비난의 시선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며, 집안 노동을 분담하는 데 있어서 또한 여성이 하면 당연하지만 남성이 하면 도와줘서 고마운 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성차별 이후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구요. 추미애 전 장관님은 2021년 대한민국 여성이 아니신 겁니까.

 

3.

이 모든 구조적 차별과 폭력이 실재함을 이야기 하는 것은 조금도 “무익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 교육의 몰락, 한반도 전쟁상태의 지속, 생태환경의 파괴”와도 같은 압도적인 문제이며 기후위기, 평화체제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가 안아야 할 시대정신이자 과제입니다.

 

4.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페미니즘이 정치의 기준이 될 때, 비로소 “진보정치”가 말뿐인 수사를 넘어 본령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경제민주주의, 돌봄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곳에 비로소 누구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회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봅니다.

 

5.

추미애 전 장관께서 2022년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신다면, 2021년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과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기울이셔야 할 것입니다.


2021.06.29.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