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2021.06.03.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예외 없는 강력처벌로 군 복무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부터 지켜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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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예외 없는 강력처벌로 군 복무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부터 지켜라

 

대한민국 공군, 제 20비행단 소속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살려고 발버둥 치다 결국 지난 달 21일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2021년 3월 2일 사건 발생 후, 지난 5월 21일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기까지 공군은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사지로 몰았다.

 

사건 발생 다음 날 피해자의 신고에 주변인들은 자신과 자신의 약혼자에게 “회식에 갔던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 “가해자가 곧 전역하니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며 압박하고 2차 피해를 입혔다. 합의를 종용하고 침묵하기를 강요하는 조직적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는 당초 입은 피해사실에 이어 2차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없었다. 군의 국선변호인은 피해자의 피해를 대리하는 데 관심이 없었으며, 그 사이 가해자는 ‘나는 전역하면 그만이야, 아버지 사업 물려받으면 돼’라고 떠들며 활개를 치고 다녔다.

4월 15일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성고충담당관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피해자의 이메일이 공군 본부에 보고되고, 정기 인사 시기까지 기다리자며 회유하던 말은 즉시 다른 비행단 전출 결정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는 전출 간 조직에서도 피해 사실에 대한 조직적 대응의 의지와 자신에 대한 존중을 확인 받지 못했다. 오히려 피해 직후 받은 청원휴가 기간의 행적을 제출하라, 휴가 종료 전에 출근하라, 출근 첫날 혼자 야근하라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결국 전출 된 15비행단에 출근한 지 4일 만인 5월 21일, 피해자는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거둔 후에도 공군은 사망 사실 확인 3일 만에 ‘단순 변사’로 국방부에 축소하여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국방부는 동영상까지 남기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경위에 대해 추가 보고를 요청했으나 공군은 일주일 간 묵묵부답으로 버티며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결국 숨진 이중사의 부모가 억울함을 청와대 청원에 호소하고 언론이 보도한 다음날(6월 1일)에야 공군은 성폭력 피해 사실과 수사상황을 국방부에 보고했다. 보고 내용에 여전히 2차 가해 사실은 누락되었다.

 

이 중사가 사지로 몰리고 있는 한 편, 공군 조직의 또 다른 곳에서는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전역이 얼마 안 남았다’, ‘전출시킬 곳이 마땅치 않다’,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좀 봐 달라’는 말들 속에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 소속 하사가 여군 숙소에 무단 침입하다가 적발된 5월 초. 적발 후 해당 하사가 수년 간 몰래 여군 숙소에 들어가서 여군들의 속옷과 신체를 불법으로 촬영하여 이름 별로 폴더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던 것을 밝힌 후에 피해자들을 향해 한 말들이었다.

이 중사를 사지에 몰고 활개를 치던 장 모 중사는 6월 2일, 성범죄를 저지른 뒤 3개월 만에 구속 되었다. 피해자가 죽지 않았으면, 피해자의 부모가 나서지 않았으면,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큰 국민적 공분을 사지 않았으면 그는 구속되었을까. 5월 초 불법촬영 중 적발된 범죄자는 여전히 해당 조직에서 별 탈 없이 동료들에게 ‘가해자 인권’을 존중받으며 복무 중이다.

 

피해자가 출구 없는 조직 앞에 죽음으로 몰린다. 피해자는 명백한 범죄 사실 앞에서도 처벌받지 않는 조직에서 자신의 속옷과 신체가 또 언제 찍힐지 모르는, 자신의 속옷과 신체가 찍힌 촬영물이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공군 조직의 현실이자,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모 중사의 변호인은 3일 조직적 은폐의 중심에 있던 부사관들과 이전에 피해자에 강제추행을 범행한 가해자에 대해 추가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사는 이전에 당한 추행에 대해서도 상사에게 호소했으나 은폐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행위가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몬 핵심 이유임을 밝히고, 조직적 범죄를 저지른 가해집단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

군은 ‘공군 성추행’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군검찰, 군경찰, 국방부가 합동수사단을 구성하고, 최초로 민간인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군검찰 산하에 구성한다고 밝혔다. 군 검·경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 성범죄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낸다는 의지로 수사하고 집단적 범죄행위에 대한 엄벌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후, 가해자가 어떤 권력과 위력을 가진 사람인 것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을 끊는 변화에 국가기관의 예외 없는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군은 우선 밝혀진 불법촬영 범죄자도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성범죄가 가벼이 여겨지는 조직에서 여성 군인들이 죽고,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현실에 경각심을 느끼고 군 조직 내에서부터 생명과 안전을 수호할 것을 촉구한다.

 

2021.06.03.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